"생존 위해 새판 짰다" 투자혹한기 뭉칫돈 유치한 스타트업, 비결은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3.06.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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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면서 투자금을 발판으로 성장하던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을 증명한 스타트업이 벤처투자 업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유치로 몸집을 키워온 '쿠팡식' 스타트업들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피보팅(사업모델 전환)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후속 투자를 유치하며 기회를 만든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설립된 명품 유통 플랫폼 '구하다'의 초창기 사업모델은 발란·트렌비·머스트잇처럼 커머스에 집중돼 있었다. B2C 방식이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자 B2B2C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피보팅했다.

구하다는 유럽 현지의 명품 1차 총판인 부티크(제조업체의 판매 권한을 가진 일종의 도매상) 60여개와 직계약을 체결하고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해 신규 명품 데이터를 국내에 실시간 공유·유통하고 있다.

현재 △GS샵 △롯데온 △현대H몰 △SSG닷컴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등 대기업은 물론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한스타일 △W컨셉 △에이블리 등 명품·패션 플랫폼을 포함해 국내 17개 이커머스몰에 유럽 부티크의 신상 명품 40만개를 실시간 공급 중이다.

구하다는 기존 B2C 플랫폼을 도와주고 B2B 기업에는 명품 데이터와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지난 2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우리은행,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비엠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예상보다 시장 수요 작아"…피보팅 후 20억 투자유치


박광빈 엔츠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광빈 엔츠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1년 설립된 '엔츠'는 초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제로에너지 빌딩 관리 시스템을 전면에 내걸었다가 기업들의 탄소회계 측정·관리를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피보팅했다.

제로에너지 빌딩 관리 시스템은 건물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AI가 분석해 불필요한 부분을 감소시켜 경제적·환경적 이득을 최대화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예상보다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었고 시장의 수요도 크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창업 반년만인 지난해 1월 사업모델을 전환해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을 수집해 탄소배출량 데이터로 전환하는 SaaS '엔스코프'를 개발했다. 기존에 수기, 또는 외주를 맡겨야 했던 탄소배출량 기록을 자동화함으로써 기업들의 부담을 줄였다.

엔스코프는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SK에코플랜트·GS에너지 등 유료고객을 확보했고,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인비저닝파트너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지난 4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파프리카데이터랩'은 2019년 설립 이후 10번 넘게 피보팅을 거쳐 데이터 수집·거래 플랫폼 '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설문 형태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AI 폼빌더 '왈라'를 개발했다.

폼빌더는 기존 구글폼처럼 설문조사, 소비자 조사 등 다양한 조사용 질문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서비스다. 구글폼과 차별되는 왈라의 특장점은 AI 모델 GPT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업무 자동화 도구 '자피어'와의 연동도 지원한다.

파프리카데이터랩은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에서 지난 3월 시드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는 핀란드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에 한국 대표 기업으로 참여했고, 일본(Japan) IT Week에 KT 파트너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B2C의 불확실한 수익성에 B2B로 전환


지난해 5월 설립된 패션테크 스타트업 '코디미'는 생성 AI를 활용한 패션 의류 모델 컷 생성 솔루션을 개발했다. 앱 내에서 가상으로 옷을 시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B2C로는 소비자 반응이 크지 않았고 수익성을 찾기 어려워 B2B로 피보팅했다.

의류 판매 기업이 실제 모델을 구한 뒤 의류 착용 컷을 촬영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점을 보완하는 기술에 B2B 수요가 몰리며 피보팅 한 달 만에 고객사 30곳 확보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에서 시드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 투자 혹한기를 뚫고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다수의 투자사에서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에피카'도 자동차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자동차 판매 유통 솔루션으로 피보팅한 사례다.

현재 시승과 AS 등 자동차 판매 과정에서 딜러사가 꼭 필요한 영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솔루션(DMS, Dealer Management Solution)을 제공하고 있다. 대면 업무를 디지털 전환함으로써 자동차 회사와 딜러사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인다.

솔루션을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은 BMW다. BMW의 전국 전시장에 예약-시승 전 과정을 모바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전국 AS센터는 입고-출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는 "우리가 쓰는 많은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유독 자동차 유통 시장만은 속도가 느리다"며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솔루션으로 딜러와 소비자 등 모든 플레이어가 만족할 만한 플랫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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