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후 28일' 시청시간 세는데…'분할 공개'에 기준 모호해
'시청시간' 지표 유효할까…그래서 더 대단한 '압도적 1위'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전체 작품 중 28일간 시청시간 1위는 단연 '오징어게임'(16억5045만시간)이다. K-콘텐츠 주력인 '비영어·TV' 부문으로 카테고리를 좁히면 한국 작품 4편이 톱10에 든다. '지금 우리 학교는(5억6078만시간)'이 4위, '더 글로리'(4억3051만시간)는 5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4억2470만시간)도 7위에 올랐다.
비영어·TV 부문에서 K-콘텐츠의 최대 경쟁작은 스페인 작품 '종이의 집' 시리즈다. 시즌5가 2위(7억9223만시간), 시즌4는 3위(6억1901만시간)다. 다만 종이의 집 시즌3은 더 글로리에 밀린 6위(4억2640만시간)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시청시간 집계의 기준이 조금 어색하다.
더 글로리는 단일 시즌 16부작의 작품을 지난해 12월30일과 지난달 10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8부작 분량씩 순차로 공개했다. 이 경우 역대 시청시간은 어떻게 계산했을까. 정답은 '1~8부 공개 후 28일'과 '9~16부 공개 후 28일'을 더해서다. 한 번에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한 종이의 집 시즌3은 더 글로리에 불과 411만 시간 뒤졌다.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파트 1·2' 분할 공개한 '더 글로리'…시청시간 집계, 어떻게?

OTT로서는 이탈을 막아야 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최근 단일 시리즈를 분할해 공개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볼만한 새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오기까지 공백을 줄이고, 이용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노린 것. 더 글로리는 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 송혜고 주연 등 이른바 '믿고 보는 작감배'의 조합이다. 분할 공개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기대작이었다.
더 글로리가 처음은 아니다. 간판 영어·TV 작품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4는 지난해 5월27일 1~7화를, 7월1일 8~9화를 공개했다. 종이의 집 시즌5도 10회 분량을 두 번으로 나눠 공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4의 시청시간은 넷플릭스 전체 작품 중에서 오징어 게임에 이어 2위(13억5209만시간)다. 종이의 집 시즌5도 시즌3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썼다.
'시청시간'으로 작품 평가, 괜찮을까

애당초 시청시간이란 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간에만 주목한다면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5~6화 분량보다는 20화 분량이 유리하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공개 후 28일간 시청시간 기준 역대 20위권 작품은 모두 드라마 장르다. 화제의 영화, 다큐멘터리, 예능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여러 한계와 허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시청시간 순위 지표를 일단은 고수할 전망이다. TV는 '시청률', 영화는 '관객 수' 등 오랜 세월 정립된 작품의 평가 기준이 있다. 이처럼 OTT 역시 수치화된 작품의 흥행 근거가 필요하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적어도 '내 작품이 OTT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알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넷플릭스도 꾸준히 보완책을 고민한다. 앞서 주간 넷플릭스 톱10을 선보이면서 "시청시간만으로는 다양한 콘텐츠의 미묘한 차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면 인기 장편 다큐멘터리, 인기 리얼리티 쇼 등 많은 회원이 즐겨 시청하지만 일반적인 톱10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콘텐츠 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때때로 특별한 리스트도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자 사진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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