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서 '또' 막힌 복수의결권…업계 "투자 더 위축될까 우려"

고석용 기자,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3.03.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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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벤처·스타트업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또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다수 의견을 따르겠며 한 발 물러섰지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법사위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벤처확인기업)이 창업자에 한해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벤처·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창업자들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상법상의 1주1의결권 원칙에 예외를 부여하는 만큼, 2020년 12월 정부가 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2년 4개월여간 4번 이상의 공청회와 상임위 논의 등을 거치며 발행·활용 제약조건을 추가하는 등 법을 일부 보완했다. 이에 가까스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입법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통과되지 못했다.

특히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가 가장 거셌다. 조 의원은 "벤처캐피탈(VC) 대부분이 정부 모태펀드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데 의결권까지 없으면 모태펀드는 보조금 기관으로 전락한다"며 "지분희석 방어는 이미 존재하는 의결권 없는 주식 발행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세습 악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장 후 3년 뒤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벤처업계에서는 활용할 사람이 2% 밖에 안된다고 한다"며 "결국 해당 일몰 조항이 나중에 삭제 요구에 부딪힐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반대의견을 표했지만 통과 여부는 법사위 의견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반대가 이어지자 찬반투표로 처리를 강행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 중기부 장관이던 권칠승 의원은 "똑같은 이야기를 몇번째 하는데 이건 좀 아니다"며 "이걸 정리하고 결정하는 게 국회의 임무다. 더 놔두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한때 회의를 정회하고 의견을 정리했으나 끝내 통과는 유보했다.

2월에 이어 3월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좌절되자 업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지분희석 걱정 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1년 넘게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가 논의가 재개됐는데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도 "우리나라는 대표의 지분이 5% 미만이면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장을 안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올해 투자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이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류되면서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제기하는 대기업 편법 경영권 승계 등 복수의결권 부작용 우려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됐음에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반대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대기업에 편입되거나 상속, 증여, 매각할 때 복수의결권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 이미 제도적 보완책들을 마련했다"며 "그런데도 미래를 가정해 반대만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제도를 바꾸고,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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