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①
의대 정시 전형서 3수 이상 장수생 강세 두드러져
이공계열 인재 흡수 '의대 블랙홀' 현상 가속화
[편집자주]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1000명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공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공계와 의료계의 처우 차이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이에 이공계 엑소더스 실태와 목소리를 담고, 현재 카이스트 등에서 대책으로 마련 중인 의사과학자 육성 계획을 소개한다. 그리고 의대 입시를 대해부하고, 의료계의 상황도 알아본다.
의대 정시전형 합격자 중 재수생 포함 'N수생'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3수생 이상 비율만 40%를 넘길 정도로 장수생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이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최근에는 최상위권 대학을 포기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1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3년 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78.7%다. 이 통계는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9개 국립대와 9개 수도권 사립대 의대의 정시 최초합계자를 대상으로 산출됐다. 경상국립대와 가톨릭대, 중앙대, 차의과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연도별 N수생 합격자의 비율은 2020학년도 77.6%에서 2022학년도 78.0%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N수생 중 장수생 비율은 달랐다. 2020학년도 29.0%였던 3수생 이상의 비율은 2022학년도에 41.9%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4수생 이상의 비율이 9.2%에 17.1%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3수생의 비율도 같은 기간 19.9%에서 24.8%로 늘었다.
'의사가 꿈인 나라'..정시 합격자 중 3수생 이상 비율 40% 넘어 2022학년도를 기준으로 강원대 의대의 3수생 이상 비율이 73.3%로 가장 높았다. 충북대(58.6%), 성균관대(54.2%), 충남대(53.8%), 전북대(53.2%), 이화여대(52.4%), 제주대(50.0%) 의대도 정시 합격자 중 3수생 이상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2020학년도에는 50% 이상의 3수생 비율을 기록한 의대가 가천대 한 곳에 불과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이른바 'SKY 대학' 의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 의대의 지난해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의 비율은 71.0%.다. 3수생 이상의 비율도 41.9%에 이른다. 연세대·고려대 의대의 N수생 비율은 각각 72.3%, 77.8%다. 연·고대 의대의 3수생 이상 비율은 36.2%, 25.9%로 평균보다 다소 낮았다.
N수생 강세가 의대 고유의 현상은 아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 응시자의 비율은 28%다. 재학생 응시자의 비율은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재수는 필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서울대만 하더라도 2022학년도 전체 정시 합격자를 기준으로 3수생 이상의 비율이 18.8%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의 장수생 강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대학가에서는 의대의 장수생 강세를 일찌감치 예견했다. 높은 보수와 사회적 평판, 정년 걱정 없는 안정된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장수생을 자처하며 의사를 꿈꾸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임금은 2억3070만원이다. 1990년대 이공계열로 몰렸던 수능 전국 수석이 최근 의대로 향하는 것도 달라진 사회 풍토의 한 단면이다.
사법고시처럼 '장수생' 속출하는 의대 입학..이공계열 인재들이 떠난다 입시업계는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의 중도탈락자(자퇴생 등)는 1874명이다. 이 중 자연계열 중도탈락자만 1421명이다. 'SKY 대학' 자연계열의 중도탈락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지난해 중도탈락자도 100명이다. 지방대 의대를 그만두고 수도권 의대로 진학하는 수요 역시 상당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의 연간 선발인원이 3000명 수준인데 정시 비율이 40%라고 치면 해마다 1200명을 정시로 뽑는다"며 "서연고 자연계열과 카이스트의 중도탈락자가 1200명을 훌쩍 뛰어 넘는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이들과 경합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도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입시) 소비자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은 올해 정시에서도 이어졌다. 2023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합격자 중 최종적으로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은 1343명이다. 이 중 자연계열 등록포기자는 737명이다. 이들 상당수는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야심차게 지원책을 마련한 반도체학과도 등록포기자가 많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몇 년 더 투자하더라도 충분히 수익률이 높다고 확신하고, 퇴임 연령과 상대적인 명예·지위 등이 월등하다고 생각하면 의대 광풍이 불게 되는 것"이라며 "인재들이 한 곳으로만 몰리면 기초과학 등 발전시켜야 할 학문에서 성과가 더딜 수밖에 없고, 의대 입시를 위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도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3년 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78.7%다. 이 통계는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9개 국립대와 9개 수도권 사립대 의대의 정시 최초합계자를 대상으로 산출됐다. 경상국립대와 가톨릭대, 중앙대, 차의과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연도별 N수생 합격자의 비율은 2020학년도 77.6%에서 2022학년도 78.0%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N수생 중 장수생 비율은 달랐다. 2020학년도 29.0%였던 3수생 이상의 비율은 2022학년도에 41.9%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4수생 이상의 비율이 9.2%에 17.1%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3수생의 비율도 같은 기간 19.9%에서 24.8%로 늘었다.
'의사가 꿈인 나라'..정시 합격자 중 3수생 이상 비율 40% 넘어 2022학년도를 기준으로 강원대 의대의 3수생 이상 비율이 73.3%로 가장 높았다. 충북대(58.6%), 성균관대(54.2%), 충남대(53.8%), 전북대(53.2%), 이화여대(52.4%), 제주대(50.0%) 의대도 정시 합격자 중 3수생 이상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2020학년도에는 50% 이상의 3수생 비율을 기록한 의대가 가천대 한 곳에 불과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이른바 'SKY 대학' 의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 의대의 지난해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의 비율은 71.0%.다. 3수생 이상의 비율도 41.9%에 이른다. 연세대·고려대 의대의 N수생 비율은 각각 72.3%, 77.8%다. 연·고대 의대의 3수생 이상 비율은 36.2%, 25.9%로 평균보다 다소 낮았다.
N수생 강세가 의대 고유의 현상은 아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 응시자의 비율은 28%다. 재학생 응시자의 비율은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재수는 필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서울대만 하더라도 2022학년도 전체 정시 합격자를 기준으로 3수생 이상의 비율이 18.8%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의 장수생 강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대학가에서는 의대의 장수생 강세를 일찌감치 예견했다. 높은 보수와 사회적 평판, 정년 걱정 없는 안정된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장수생을 자처하며 의사를 꿈꾸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임금은 2억3070만원이다. 1990년대 이공계열로 몰렸던 수능 전국 수석이 최근 의대로 향하는 것도 달라진 사회 풍토의 한 단면이다.
사법고시처럼 '장수생' 속출하는 의대 입학..이공계열 인재들이 떠난다 입시업계는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의 중도탈락자(자퇴생 등)는 1874명이다. 이 중 자연계열 중도탈락자만 1421명이다. 'SKY 대학' 자연계열의 중도탈락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지난해 중도탈락자도 100명이다. 지방대 의대를 그만두고 수도권 의대로 진학하는 수요 역시 상당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의 연간 선발인원이 3000명 수준인데 정시 비율이 40%라고 치면 해마다 1200명을 정시로 뽑는다"며 "서연고 자연계열과 카이스트의 중도탈락자가 1200명을 훌쩍 뛰어 넘는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이들과 경합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도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입시) 소비자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은 올해 정시에서도 이어졌다. 2023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합격자 중 최종적으로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은 1343명이다. 이 중 자연계열 등록포기자는 737명이다. 이들 상당수는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야심차게 지원책을 마련한 반도체학과도 등록포기자가 많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몇 년 더 투자하더라도 충분히 수익률이 높다고 확신하고, 퇴임 연령과 상대적인 명예·지위 등이 월등하다고 생각하면 의대 광풍이 불게 되는 것"이라며 "인재들이 한 곳으로만 몰리면 기초과학 등 발전시켜야 할 학문에서 성과가 더딜 수밖에 없고, 의대 입시를 위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도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기자 사진 정현수 기자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 기자 사진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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