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②
이공계 병역특례 줄고 대학원 생활 경제적 궁핍
학·석·박사 10년 버텨도 의사와 비교하면 '박봉'
[편집자주]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1000명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공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공계와 의료계의 처우 차이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이에 이공계 엑소더스 실태와 목소리를 담고, 현재 카이스트 등에서 대책으로 마련 중인 의사과학자 육성 계획을 소개한다. 그리고 의대 입시를 대해부하고, 의료계의 상황도 알아본다.
#1.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A씨는 대학원을 중퇴하고 2021년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을 진학했다.
#2.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졸업생 중 대다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학과를 졸업한 B씨는 2020년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선택했다.
#3. 한국과학영재학교(영재고)를 조기 졸업하고 2016년 카이스트 1학년(무학과 제도)으로 진학했던 C씨. 그는 휴학 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러 이듬해 연세대 의학대학(의대)으로 떠났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카이스트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에서 의학계로 떠나는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은 학과·학년을 불문하고 나타났다. 카이스트 17개 학부에서 매년 학교를 중퇴하고 의대를 가거나 졸업 후 의전원·치전원으로 향하는 사례가 나왔다.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4대 과기원에 수시 전형으로 진학하는 과학고·영재고 출신 학생들은 수능(정시 전형)을 치르지 않는 전략으로, 학부 4년 졸업 후 의·치전원으로 향했다. 이 학생들은 학과 내 최상위권(4.3 만점에 4.1 이상) 성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경쟁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치전원에 가려는 학생들이 융합·협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와 교육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국가적으로 최고급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세금을 지원하는 과학고·영재고, 4대 과기원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4대 과기원에서 최근 5년간 1006명이 중도 이탈했다. 자퇴, 미등록, 유급 등으로 졸업하지 못한 이들로 대다수가 의학계열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이스트의 경우 5년간 연평균 100명가량이 학교를 그만뒀다.
병역특례 혜택 줄고, 대학원 생활도 궁핍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는 최근 석·박사 1737명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의 대학원 입학 목적은 공부 자체 욕구(24.38%)와 전공 전문성 향상(32.11%) 등 자발적 동기가 가장 컸다.
반면 이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인건비 상한선과 수당 등 경제 환경 개선이 32.56%로 가장 높았다. 월 평균 수입 설문조사에선 학업과 연구 수입으로 받는 금액은 매월 16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주52시간 기준으로 평균 시급은 7644원으로, 법정 최저 시급에 못 미친다. 이 설문에 참여한 학생 절반(49.52%)가량은 29세 이상(1995년 이전 출생)으로, 또래 친구들 대다수가 경제 활동을 하는 나이다.
대학원생 경제적 처우도 궁핍할뿐더러 그 이후 격차는 더 크다. 카이스트 박사를 마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들어가면 초임 연봉은 평균 4260만원(2021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수준이다. 15년 이상 중견급 연구자가 돼야 평균 보수가 1억원까지 올라간다. 반면 의대 6년과 인턴·레지던트를 마친 의사가 병원에서 근무하면 최소 억대 연봉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선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의학계에 비해 낮은 보수에 더해 병역을 대체할 전문연구요원 제도 혜택도 줄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군 복무 대신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은 뒤 36개월간 대학·출연연, 기업 부설 연구소 등에서 연구하며 대체 복무하는 제도다. 최근 전문연구요원으로 갈 곳이 줄어들다 보니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이스트 등에서 본인 성적과 무관하게 졸업이 늦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과학고·영재고 조기 졸업 후 과기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의대 진학을 원하는 부모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 대다수와 이야기해보면 부모 영향이 크다"며 "과거처럼 국가가 못 살 땐 고연봉의 안정적 직업이 중요했지만, 시대가 바뀐 상황에서 부모 세대가 이를 자식에 주입하는 현상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졸업생 중 대다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학과를 졸업한 B씨는 2020년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선택했다.
#3. 한국과학영재학교(영재고)를 조기 졸업하고 2016년 카이스트 1학년(무학과 제도)으로 진학했던 C씨. 그는 휴학 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러 이듬해 연세대 의학대학(의대)으로 떠났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카이스트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에서 의학계로 떠나는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은 학과·학년을 불문하고 나타났다. 카이스트 17개 학부에서 매년 학교를 중퇴하고 의대를 가거나 졸업 후 의전원·치전원으로 향하는 사례가 나왔다.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4대 과기원에 수시 전형으로 진학하는 과학고·영재고 출신 학생들은 수능(정시 전형)을 치르지 않는 전략으로, 학부 4년 졸업 후 의·치전원으로 향했다. 이 학생들은 학과 내 최상위권(4.3 만점에 4.1 이상) 성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경쟁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치전원에 가려는 학생들이 융합·협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와 교육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국가적으로 최고급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세금을 지원하는 과학고·영재고, 4대 과기원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4대 과기원에서 최근 5년간 1006명이 중도 이탈했다. 자퇴, 미등록, 유급 등으로 졸업하지 못한 이들로 대다수가 의학계열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이스트의 경우 5년간 연평균 100명가량이 학교를 그만뒀다.
병역특례 혜택 줄고, 대학원 생활도 궁핍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는 최근 석·박사 1737명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의 대학원 입학 목적은 공부 자체 욕구(24.38%)와 전공 전문성 향상(32.11%) 등 자발적 동기가 가장 컸다.
반면 이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인건비 상한선과 수당 등 경제 환경 개선이 32.56%로 가장 높았다. 월 평균 수입 설문조사에선 학업과 연구 수입으로 받는 금액은 매월 16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주52시간 기준으로 평균 시급은 7644원으로, 법정 최저 시급에 못 미친다. 이 설문에 참여한 학생 절반(49.52%)가량은 29세 이상(1995년 이전 출생)으로, 또래 친구들 대다수가 경제 활동을 하는 나이다.
대학원생 경제적 처우도 궁핍할뿐더러 그 이후 격차는 더 크다. 카이스트 박사를 마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들어가면 초임 연봉은 평균 4260만원(2021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수준이다. 15년 이상 중견급 연구자가 돼야 평균 보수가 1억원까지 올라간다. 반면 의대 6년과 인턴·레지던트를 마친 의사가 병원에서 근무하면 최소 억대 연봉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선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의학계에 비해 낮은 보수에 더해 병역을 대체할 전문연구요원 제도 혜택도 줄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군 복무 대신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은 뒤 36개월간 대학·출연연, 기업 부설 연구소 등에서 연구하며 대체 복무하는 제도다. 최근 전문연구요원으로 갈 곳이 줄어들다 보니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이스트 등에서 본인 성적과 무관하게 졸업이 늦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과학고·영재고 조기 졸업 후 과기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의대 진학을 원하는 부모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 대다수와 이야기해보면 부모 영향이 크다"며 "과거처럼 국가가 못 살 땐 고연봉의 안정적 직업이 중요했지만, 시대가 바뀐 상황에서 부모 세대가 이를 자식에 주입하는 현상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 기자 사진 정현수 기자
- 기자 사진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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