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 플랫폼 1위 브랜드 '부릉'을 가진 메쉬코리아 경영권 지분 53%를 유진그룹 산하 계열사인 유진소닉이 약 600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케이(OK)캐피탈 등 메쉬코리아 채권자와 네이버·현대차·GS홈쇼핑 등 기존 주주단은 이날 2차 관계인 집회를 열어 매각 구조와 거래대금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17일 1차 집회에선 채권자가 주주단에 새 경영권 지분 원매자로 유진소닉을 소개했다.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유정범 대표와 김형설 부사장은 각각 14.82%와 6.18%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지분을 오케이캐피탈에 360억원을 받고 담보로 잡힌 터라 발언권이 크지 못한 상황이다. 주주단은 이런 전제에서 오케이캐피탈이 법정관리(P플랜)를 택하는 대신 새 경영권 지분 인수자로 유진소닉을 내세우자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지는 기간을 가져왔다.
유정범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을 배제한 주주단은 경영권 지분을 담보 잡은 오케이캐피탈의 리드에 따라 원매자인 유진소닉이 제시한 거래대금에 회사를 넘길 것인지 2차 집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유진소닉이 제안한 거래대금은 총 6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일단 600억원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경영권 지분을 가진 오케이캐피탈에 원리금 약 360억원 이상을 변제한 이후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리픽싱으로 조정해 새 인수자는 총 53%의 지분을 확보하게 하는 구조다.
당초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마지막 투자를 받을 당시 총 기업가치가 5000억원으로 평가됐고, 올 초 새로운 펀딩에 나선 때는 그보다 3000억원이 증가한 8000억원을 회사 측이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 심화와 미국 중심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받은데다 기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귀결되면서 가치는 급전직하했다. 회사의 누적적자는 심화됐고 추가 자금모집이 실패한 이후 메쉬코리아에서는 주주간 반목도 벌어졌다. 대기업 계열 주주단이 기존 경영진을 불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부에서는 이 때문에 경영난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범 대표 등 경영진은 이달 초 네이버와 현대차 등 주주단에 "홍콩계 사모펀드 블러바드캐피탈(Boulevard Capital Partners)을 통한 6000만 달러(약 800억원)의 자금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추가 증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도 주주간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먹혀들지 못했다. 결국 메쉬코리아 회생은 기존 유정범 대표 등 경영진이 명예롭게 용퇴를 하고 새로운 자금을 대려는 유진소닉에 맡겨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유정범 대표 등을 제외한 주주단이 자신들 지분가치의 희석을 감수하면서도 유진소닉을 과점주주로 들이려는 까닭은 두 회사의 인수합병(M&A) 시너지가 클 것으로 여겨져서다. 메쉬코리아가 2륜 오토바이로 배달 서비스를 영위하는 B2B 시장 1위 플랫폼이라면, 유진소닉은 4륜 물류 서비스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사업자로 평가된다. 양사가 같은 계열로 묶인다면 관련 서비스 시장에서 상호 연결서비스 등을 개발해 퀵커머스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발돋움할 거란 기대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영권은 물론 지분을 모두 잃어 유니콘 창업주의 꿈을 잃어버리게 될 유정범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채권단과 주주단의 합의를 순순히 받아들일 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주주단 사이에선 유 대표가 회사의 회생을 위해 사사로운 이해계산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로 유정범 대표 등의 지분은 새 인수자에 맡겨도 이들을 회사에 일정기간 남겨 고문 등으로 일하게 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자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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