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에 악취 대신 돈냄새 물씬...AI 디지털트윈 개발붐 인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11.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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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에그테크 스타트업, 축산업 경쟁력 제고할 '스마트축사' 개발 각축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ETRI 연구진이 트리플랫으로 축사 내 돼지 행동을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ETRI 연구진이 트리플랫으로 축사 내 돼지 행동을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 축산 AI(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파이프트리 스마트팜'은 다양한 센서를 축사에 부착해 얻은 환경·가축데이터로 조류독감, 장티푸스 등 8가지 질병에 대한 징후를 파악한다. 가축의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상징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빠르면 12~24시간 내 질병 감염 여부 파악도 가능하다. 현재는 닭, 오리, 거위 등 소(小)가축 중심이지만 향후 돈사, 축사로 시스템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엠트리센은 실시간으로 돼지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딥아이즈'를 개발·운영 중이다. 양돈 축사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돼지를 관찰하며 얻은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새끼돼지 분만이나 분만 지연, 태막이나 양수 처치 지연 등 행동패턴을 분석해 감지하고 농장 주인에게 신속하게 알려준다. 엠트리센 관계자는 "어미돼지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83만여 고품질 데이터세트를 확보, 양돈업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양돈업의 생산성 지표인 '어미돼지 한 마리당 젖을 뗀 새끼돼지 수'는 연간 22마리이다. 유럽 평균(28마리)에 못 미친다. 집단 생육 환경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양돈업은 지난해 기준, 생산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소위 '돈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잦은 가축 질병 발생, 악취로 인한 민원, 인력 감소 등으로 현장에선 축사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축사'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축사는 △축사 내외부 환경을 자동 인식해 가축에게 맞는 최적의 온습도를 제공하고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력이 들어가는 급이(먹이 주기), 음수, 착유(젖을 짜는 작업) 등을 자동화하고 △가축의 체온·활동량, 질병 감염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도록 바이오 센서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농축수산지능화연구센터 김세한 센터장은 "스마트축사는 노동력 감축 측면과 데이터를 활용한 경쟁력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ETRI도 최근 이 분야 스타트업에 이전할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로,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에코팜의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플랫폼 실증을 진행 중이다. 김 센터장 연구팀은 스마트축사 플랫폼 '트리플렛'을 개발했다.

트리플렛이 설치된 축사를 보면 먼저 저가의 CCTV가 24시간 180도 이리저리 돌아가며 돼지 활동을 관찰한다. 돼지가 먹고 마시고 노는 상태를 파악해 축사 내부 환기나 공기 세정·탈취, 자외선 살균, 온도 조절 등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축사 내 설치된 타액 추출기 모듈과 바이오 센서를 통해 돼지의 스트레스와 면역력 상태 변화를 분석하고 건강상태를 종합 관리할 수 있다. 이 밖에 돼지의 월령에 따른 적정 사료량 등을 분석하고 축사를 운영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도 최적화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이 같은 시스템은 사람의 출입을 최소화해 설사병, 호흡기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병원균의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점도 이목을 끈다. 이는 축사의 시설·가축·환경·에너지 등의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디지털 공간에 가상의 축사를 구축·분석하는 기술이다. 김 센터장은 "사육 밀도, 가축 그룹관리 등 축사 제어·운영·환경 변화를 가상의 축사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한 뒤 이를 실제 축사에 반영하면 최적의 축사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축산업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 플랫폼을 통해 기존보다 생산성이 최소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트리플랫을 나모웹비즈, 엘시스 등 농축산 IT 시스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이번 기술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농축산 분야 선도국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축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통해 축사의 현황, 환경, 돼지 이상상황 등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모바일을 통해 축사의 현황, 환경, 돼지 이상상황 등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사진=ETRI

한편, 농식품부는 스마트 축사 보급을 위해 관련 장비 지원 농가를 기존 5800여 개에서 내년에 69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축사 30%를 스마트화한다는 목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사물인터넷(IOT), AI 기술을 활용한 농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2027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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