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서 '창업도시'로…포스코 830억짜리 혁신실험 꽃핀다

포항=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7.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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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항 딥테크 창업 전문 보육기관 '체인지업 그라운드' 탐방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외부전경/사진=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외부전경/사진=포스코
지난 6일 경남 포항시 위치한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에 들어서자 낯선 건물이 눈에 띄었다. 포스코가 직접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육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CHANGeUP GROUND) 포항'이 들어선 건물이다. 7층 짜리 이 건물의 연면적은 축구장 4개 크기인 2만8000㎡(약 8470평)에 달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설치된 스타트업 보육공간 중에서 단연 최대 규모다. 포스코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약 830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완공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 3~12인용 사무실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IR 및 시제품 소개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편집 스튜디오 △영상회의실 △1인 집중 업무공간인 워크큐브 등 창업에 필요한 업무공간부터 시제품 개발까지 사업화 전 단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VR(가상현실)게임실, LP판을 켜고 휴식을 취하는 뮤직라운지,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캡슐, 세탁실, 샤워실, 공유주방 등 각층마다 다른 테마의 휴식공간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미국의 구글 사옥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귀띔했다.

창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갖춘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의 자랑거리는 따로 있다. 이곳은 기계와 반도체, 정보통신(IT), 바이오·의료, 화학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유망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이 한데 모여 기술 고도화를 위한 융합연구가 활발하다. 이를 위해 포스텍이 방사광가속기 등 거대 연구장비와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고의 과학기술과 창업 인프라를 대학 내 구축해 실험실 창업 등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포스텍 기술사업화팀 등 지역 창업지원기관들도 이곳에 입주해 있다.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 메이커 스페이스/사진=류준영 기자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 메이커 스페이스/사진=류준영 기자
총 90개 스타트업이 입주 가능한 데 현재까지 84개사가 입주해 있고 68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총 투자유치금액은 861억원으로 기업가치는 7083억원에 달한다. 입주 스타트업 중에는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지원을 받기 위해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내려온 기업도 있다.

신소재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부상 중인 '그래핀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 회사의 핵심사업은 그래핀 생산과 응용기술 개발이다. 이곳에서 투자를 유치해 포항에 대형 양산시설을 짓고 대형 그래핀 응용제품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3월 포항시와 손잡고 포스텍의 전문인력과 기술력, 첨단장비를 활용해 그래핀스퀘어의 기술연구 및 상용화 설비 구축을 지원키로 약속하자 본사를 포항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건물 자체가 제품·서비스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 포스텍 관계자는 "여기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인증(DID) 기술로 출입증,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개인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입주사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부/사진=류준영 기자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부/사진=류준영 기자
체인지 그라운드 포항은 개방형 공간으로 설계돼 학생이나 외부인들이 창업 문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2층 이벤트홀과 커뮤니티 공간엔 내일 열릴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 IR(기업공개) 대회'를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2층 로비에는 3층 중정까지 연결된 대형 미디어 갤러리(가로*세로 8.5m*9.0m)가 설치돼 있었고, 이벤트홀 내 모습과 기업 소개 PPT(프리젠테이션)가 함께 펼쳐져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학강연뿐만 아니라 기술 창업 관련한 각종 이벤트, 문화행사들이 매달 수시로 열린다"고 했다.

포스코는 포항시가 창업도시로 성장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2019년부터 포항 벤처밸리 인프라 구축과 벤처펀드 조성에 앞장서 왔다. 포스코가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포함해 바이오벤처 전문 보육센터 'BOIC(Bio Open Innovation Center)' 등 포항 벤처밸리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 금액만 약 9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에서 출자한 벤처펀드를 통해 포항 소재 벤처·스타트업에 집행된 투자금은 90억원이 넘는다.

이날 체인지 그라운드 포항을 찾은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벤처·스타트업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면 포항은 철강산업도시에서 스타트업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아이디어가 산업이 되는 '또 하나의 퍼시픽 밸리'로서 유니콘의 산실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 방역로봇/사진=류준영 기자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 내 방역로봇/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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