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치는 K-뷰티…정부·산업계, 중소 브랜드 보호 머리 맞댔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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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에서 열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반 K-뷰티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상표권 보호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반 K-뷰티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상표권 보호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화장품 가품은 단순한 IP(지식재산권) 침해를 넘어 소비자의 피부 건강과 직결된 안전 문제다. 과거에는 육안으로 1분이면 가품을 가려냈으나 이제는 패키징과 성분까지 정교해져 정밀 검사를 해야만 판별이 가능할 정도로 진화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275,500원 ▲9,500 +3.57%) 부사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반 K-뷰티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상표권 보호 과제' 세미나에서 "가품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K-뷰티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과 판매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품 등 브랜드 보호 이슈를 중심으로 정책적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재하 부사장은 "명품 가품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화장품 가품은 전혀 다르다"며 "같은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정품이라고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인데 성분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품 생산지는 대부분 중국에 집중돼 있다. 신 부사장은 "월에 수천만원 정도 되는 현지 운영 비용을 계속 지급하며 중국에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법무법인, 대리인, 공안과 협업해 직접 추적·단속을 진행했고 지난 한 해에만 수차례 현장 단속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비용을 들이는 대응 방식은 중소·스타트업에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해외 공안과 협력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수배 단속을 이어가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실제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의 경우 가품 대응을 위한 기술적 방어막 구축에 연간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상황이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는 "아마존은 가품이 플랫폼에 노출되기 전에 기술적으로 먼저 걸러내는 시스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며 "2024년 한 해에만 10억달러 이상이 이 분야에 투자됐다"고 했다.

이어 "AI가 전체 위조 상품의 99% 이상을 사전 파악해 차단하고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들이 일일이 가품을 찾아다니며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장치가 된다"고 부연했다.

아마존은 AI 시스템 외에도 제품 단위에 고유 코드를 부여하는 '트랜스패런시(Transparency)'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생산 유닛 하나당 고유 코드를 부착해 소비자가 스캔만으로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주도 'K-뷰티 정품 인증 로고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제안했다. 한국 상표 등록, 한국 제조 기반을 갖춘 브랜드만 인증을 주고 이를 글로벌 플랫폼과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 정품 브랜드 보호와 함께 국가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사진=최태범 기자
/사진=최태범 기자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구체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 중이다. 김지훈 지식재산처 상표분쟁대응과 서기관은 "신생 브랜드들은 비즈니스 확장에 치중하느라 IP 사전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수출 전 사전 교육과 설명회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지역에서 무단 선점이 빈번한지, 어느 산업군에 리스크가 큰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대시보드를 올해 하반기 중 구축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이 발견될 경우 이를 즉각 차단하는 절차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임동우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성장정책과장은 "현재 중소기업이 전체 화장품 수출의 72.5%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브랜드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드 빌딩 역량 강화와 상표권 보호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가품 대응을 위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지식재산처를 중심으로 기존 상표권 등록 방식을 넘어선 획기적인 보호 장치를 준비 중이며 세부 튜닝을 거쳐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품 문제가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단순한 감시를 넘어 법적 처벌과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지연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지식재산처, 관세청, 대한화장품협회와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보 공유와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가품 문제 해결을 위해 화장품법에 △소비자 보호 △판매자 처벌 △강제 회수·폐기 등 3가지 조치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지연 과장은 "제도는 멈춰 있지 않고 계속 바뀌고 발전하면서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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