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선 네덜란드 왕립항공우주센터 수석 엔지니어 인터뷰

유럽 우주개발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왕립항공우주센터(Royal Netherlands Aerospace Centre·NLR)의 황중선 수석 연구개발(R&D) 엔지니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주한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항공우주 발전 속도를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황 수석 엔지니어는 "2012년부터 한국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한국 항공우주의 위상은 많이 올라왔다"며 "미국도 한국을 기술 동맹이 아닌 경쟁 상대로 보기 시작했고, 실제로 지원과 협력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류 등의 영향으로 유럽 국가들이 한국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한국 항공우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특히 누리호 발사 성공이 여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12세 때부터 네덜란드에서 거주한 황 수석 엔지니어는 네덜란드 대표 대학 중 하나인 델프트공과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기술공학 명문 트벤테대의 박사 과정에 몸 담기도 했다. 2009년부터 NLR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네덜란드와 한국 간 항공우주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1919년 국립항공우주국(RSL)에서 출발한 NLR는 700명 이상의 전담 전문가를 통해 전 세계 주요 항공우주 산업을 지원하는 곳으로, 2019년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왕립 칭호를 수여 받았다.
다만 황 수석 엔지니어는 한국이 2045년까지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다국적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이 분야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기술 발전 등을 이뤘지만 5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독자적 행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우주국(ESA)을 중심으로 국가 간 역할을 분담하며 강력한 연합 구조를 구축해 온 다국적 협력 생태계를 한국이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론 독자적 기술 개발 노력도 필요하지만, 혼자만의 방식으로는 효율성과 속도에서 한계가 있다. ESA처럼 여러 나라의 기술과 자원을 묶는 구조에서 (한국이) 배울 게 많을 것"이라며 올해부터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참여 중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목표와 지원 체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유럽 기관,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 엔지니어는 "호라이즌 유럽은 EU의 전략적 목표에 맞는 제안을 선별 지원하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 입장에서 만든 프로젝트는 (지원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 유럽 R&D 기관과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설계해야 (지원) 성공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2027년까지 기후변화대응, 스마트시티 조성 등 5대 목표를 중심으로 글로벌 도전 과제 해결을 지원하는 EU(유럽연합) 최대 연구 혁신 프로그램이다. 총 지원금은 955억유로(약 153조9756억원)다.
한편 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황 수석은 최근 네덜란드 등 유럽 내 한국인 과학기술 연구원 및 엔지니어, 유학생 수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유럽 간 과학기술 협력의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델프트공대에만 한국인 교수 6명이 계시는 등 네덜란드 내 한인 과학기술자 커뮤니티가 꽤 커졌고, 한국인 유학생도 많아졌다"며 "(독일, 프랑스 등과 달리) 네덜란드는 영어가 잘 통하고, 학비도 비싸지는 않아 유학생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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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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