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연방정부 차원의 '머스크 대안 찾기'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X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둘 사이의 불화 불똥이 나사 예산에까지 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운스빌=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각)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보카치카 해변에서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을 앞두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4.11.20. 7(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나사와 국방부 등이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고 있다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5일 트럼프와 머스크가 SNS(소셜미디어)로 설전을 벌인 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로켓 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다른 민간 우주 기업들을 접촉했다. 주로 로켓 개발 현황과 정부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트럼프의 감세안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하던 머스크는 SNS에서 트럼프까지 공격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트럼프는 5일 SNS로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수천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대한)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끝내는 것이다. 바이든이 그걸 안 한 게 늘 의아했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머스크도 "어디 그렇게 해보라"며 "우리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을 고려할 때, 드래곤 우주선을 즉시 퇴역시키는 절차를 밟겠다"고 맞불을 놨다. 드래곤 우주선은 스페이스X가 만든 캡슐형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물자를 공급하거나 승무원을 파견·귀환시킬 때 주로 사용됐다. 다만 머스크는 이후 해당 글을 삭제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SNS 설전을 지켜본 나사와 펜타곤(국방부) 관계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WP는 전했다. 한 전직 나사 관계자는 머스크가 드래건 우주선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한 것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홧김에 모든 것을 끊어버리겠다는 머스크의 행동 방식은 위험하다"며 "그런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 스페이스X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벌컨'은 지금까지 단 2차례,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은 1차례만 발사 경험이 있다. 로켓 랩스의 '뉴트런'은 발사조차 해본 적이 없다. 반면 스페이스X는 2∼3일에 한 번꼴로 팰컨9 등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 등을 궤도에 띄우고 있다.
한편 영국 BBC는 '트럼프-머스크 갈등, NASA(나사) 역대 최대 위기 초래'라는 제목의 기사로 "두 사람의 갈등이 예산 삭감에 직면한 나사의 미래까지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며 "이미 우주로 발사됐거나 개발 중인 40개의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라고 짚었다. 방송은 "백악관이 나사 예산을 4분의1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도록 요청했다"며 "화성과 달 탐사에 필수적인 임무에만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