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新산업책략]<2>④
'반도체 도약' 이끈 차이 정부와
'80년대 영광' 되찾으려는 일본
대만 정부 "농업용수 물길, 반도체 공장으로 돌려"대만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전례 없던 저성장을 마주했다. 독립 성향이 강했던 민주진보당 천수이볜 총통의 집권 후 양안 관계가 경색됐고, 2004년 대만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한국에 역전당했다. 뒤를 이은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친중 정책을 내세워 대중 교역규모가 성장했지만, 오히려 중국 의존도 심화의 부작용으로 대만 내 생산과 고용이 위축됐다. 계속된 경제 부진은 민진당의 정권 탈환으로 이어졌다.
TSMC가 핵심이었다. 이름부터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인 TSMC는 1987년 대만 국책연구소 주도로 정부가 절반가량 지분을 갖고 설립했으며, 1992년 민영화 후에도 대만 행정원 국가발전기금이 6%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표적인 장면은 2021년 대만의 살인적 가뭄 때 연출됐다. 그해 5월 오랜 가뭄에 TSMC에 용수를 공급하는 바오산 제2저수지의 저수율이 3.17%까지 떨어지자, 차이 총통은 농업용수의 반도체 산업용수 전용을 지시했다. 미국-중국 무역 전쟁에서 반도체 부문이 가장 치열한 전선으로 부각되면서, TSMC는 이제 대만의 안보·외교 자산으로도 주목받는다.
영광 잃은 일본, 보조금도 규제완화도 '역대급'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였다. 1988년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고, 이는 미국(36.8%)을 앞서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에 이어 한국과 대만의 약진 등으로 2017년 일본의 점유율은 10% 밑으로 추락했다.
그랬던 일본이 반도체 산업 재건에 나섰다.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과 규제 완화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일본 유치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성과가 규슈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이다. 1공장은 2021년 건설 계획을 발표한 후 3년 만인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했고, 구마모토 2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TSMC의 일본 1~2공장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데, 일본 정부도 1공장 건설에만 4700억엔(4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또 다른 난관인 토지·산림 등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도 일사천리였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4월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에 일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업계에선 '라피더스의 칩을 소프트뱅크에 공급한다'는 구상이 거론된다. 후발 파운드리 업체의 최대 과제인 초기 고객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는 셈인데, 이 데이터센터 건립에도 일본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1월 2030년까지 반도체 및 AI 분야에 10조엔(94조원) 이상의 공적 지원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TSMC와 키옥시아, 라피더스 등을 통해 거점 제조시설을 정비했다면 앞으로는 반도체 설계 부문까지 역량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해당 보도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에서 반도체 설계와 제조까지 해내는 것은 해외 공급망의 단절이라는 리스크를 줄이고, 경제 안보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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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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