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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사진=최태범 기자스타트업 업계에서 여성 관리자 비율은 평균 25.3%, 임원의 경우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규모가 큰 스타트업에서는 여성 관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이다가 임원급은 여성 비율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관찰됐다.
1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리더십과 성별 다양성' 리포트에 따르면, 200개 스타트업의 인사담당자와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처럼 스타트업 업계의 리더십에 성별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은 업종은 △교육(41.9%) △식품·농수산(34.6%) △광고·마케팅(34.2%) 순이었다. 임원급 여성 비율이 높은 업종은 △여행·레저(25%) △패션·뷰티(20%) △헬스케어·바이오(19%) 순으로 나타났다.
하드웨어·제조, 모빌리티, 딥테크 등 기술 중심 산업에서는 전체 관리자뿐 아니라 임원급에서도 여성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 기술집약 산업에서 여성의 관리직 진출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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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누적될수록 승진·보상에서 구조적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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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최된 '우스컨'(Women in Startup Conference) /사진=최태범 기자임금 측면에서 여성의 연봉 중위값은 약 4400만원으로, 남성보다 1300만원 낮은 77.4% 수준으로 조사됐다. 연차별 연봉 수준을 살펴본 결과, 연차가 높아질수록 성별 연봉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1~3년차 구간에서는 약 500만원의 차이가 있었으나 11~15년차 구간에서는 그 격차가 약 1500만원까지 벌어졌다. 경력이 누적될수록 여성의 승진 및 보상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무별 연봉 수준을 분석한 결과 △개발 △기획·경영 △영업·제휴 △마케팅·시장조사 △금융·재무 등 모든 직무군에서 성별 연봉 격차가 존재했다. 특히 기획·경영, 금융·재무 직무에서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이들 분야는 여성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백오피스 직무로 분류된다. 이 같은 성별 연봉 격차는 고연차 또는 관리자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급감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리포트에 따르면 200개 기업 중 '성별 다양성 정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46개(23%)에 불과했다. 어떠한 체계도 갖추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이 75개(37.5%)에 달해 스타트업 상당수는 성별 다양성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성별 다양성은 스타트업의 재무 성과와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여성 관리자 및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지표 모두에서 평균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스타트업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관리자의 성별 다양성이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높이고 협업 및 의사소통 과정 개선, 다양한 아이디어 도출과 새로운 시도에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별 다양성 확보는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단순히 여성 리더십을 증진시키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경영, 미래 인재 유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제고 측면에서 오늘날 스타트업이 지향해야 할 시대적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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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 '우스컨' 첫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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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사진=최태범 기자한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날 리포트 발간에 맞춰 스타트업 여성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킹 행사 '우스컨'(Women in Startup Conference)를 첫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가 후원하고 양효진 채널코퍼레이션 세일즈팀 리드, 박미정 당근 공통서비스개발팀 리더, 고아라 직방 사회적가치전략실장, 서혜란 토스뱅크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연사로 나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박희은 파트너는 "2010년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당시 주변 사람들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여성 대표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사하긴 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일단 업계에 여성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여성 스타트업 대표를 늘리자는 논의는 많지만 실제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시니어급 여성 의사결정자가 충분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니어급 여성 의사결정자들이 더 많아져야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여성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며 업계의 씨앗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스컨이 여성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발전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