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수로 돌려!"…관세전쟁에 중국 '징둥 로봇팔'이 바빠졌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기사 입력 2025.05.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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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남부 징둥 인텔리전스 물류센터 현장…
물류센터 내 공장 1곳당 하루 72만개 처리,
'내수진작' 핵심 대미 전략 힘입어 매출 급증…
오프라인 '징둥몰'로 내수 밸류체인 쌍끌이

징둥 베이징 물류센터(인텔리전스로지스틱스파크) 내에서 품목·지역별로 택배물량을 분류하고 있는 로봇팔. 내부는 직접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징둥
징둥 베이징 물류센터(인텔리전스로지스틱스파크) 내에서 품목·지역별로 택배물량을 분류하고 있는 로봇팔. 내부는 직접 공개되지 않았다./사진=징둥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구 징둥(JD.com)물류의 베이징 물류센터는 쉴새없이 입고되는 트레일러들로 문전성시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창문을 넘어 천장에 닿을 듯 쌓여있는 택배물량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5일 방문한 현장서 취재진을 만난 징둥 관계자는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인 '618'(6월18일 전후 쇼핑축제)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택배물량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대비 처리물량이 급증했다.

한국선 최근의 인상적 활약으로 알리바바나 쉬인, 테무 등이 중국산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택배 천국 중국 현지엔 터줏대감 징둥이 있다. 한국에서 징둥을 잘 모르는 건 징둥이 내수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만 약 3011억위안(약 58조원)의 매출을 올린 징둥은 해외 수출 비중이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자타공인 내수 공룡이다.

이런 구조는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징둥을 미국에 대응하는 중국 '내수전략' 최선봉으로 만들었다.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들은 징둥이 기능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1분기 징둥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15.8%나 늘어난 덴 이런 배경이 있다. IT(정보통신) 등에서 미국에 맞서는 화웨이가 대외적 선봉이라면 내부전략의 최전선엔 징둥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대 트럼프 전선...밖에 화웨이 있다면 안엔 징둥 있다


/사진=징둥
/사진=징둥
징둥과 알리바바 모두 내수 점유율이 높다. 알리바바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중개플랫폼 형 모델이지만 징둥은 직접 재고를 보유하고 자체 물류 배송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1분기 기준 거래량(GMV)은 알리바바가 훨씬 많지만 매출은 징둥이 더 많은 구조는 그래서 가능하다.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사업구조를 가진 게 징둥이라는 거다.

취재진이 찾은 징둥 물류센터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한 개 공장당 최대 처리물량은 하루 상품 72만개. 베이징 물류센터엔 여러 개 공장과 한 개 동의 첨단 인텔리전스물류공장이 가동 중이다. 이런 물류센터가 전국에 수십 개다. 이들을 통해 징둥 로고를 단 택배상자가 하루 무려 6000만건 이상 출고된다. 중국 이커머스 이용자들이 하루 평균 0.5개 정도의 택배를 받는다는 통계가 이해될 만했다.

징둥이 창립기념일인 6월18일을 전후해 진행하는 간 최대 쇼핑축제 618 기간엔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작년에도 하루 약 70만개를 처리했다. 징둥 관계자는 "올해 618엔 당연히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미 택배 물량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징둥 베이징 물류센터(인텔리전스로지스틱스파크) 내 제품 적재 로봇들이 오가고 있다./사진=JD.com

바빠진 건 사람만이 아니다. 다싱 징둥 물류센터는 중국 최첨단 물류센터다. 기존 물류센터 외에 지능형(인텔리전스) 물류 기지를 가동 중이다. 방사형 벨트를 타고 상품이 모이면 한가운데 고속 로봇팔을 설치하고 완전 무인 자동 기술로 물류를 분류, 운반, 적재하고 포장해 출고한다. 내수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런 인텔리전스 물류기지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 전략은 말 그대로 총력전이라고밖엔 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율을 늘리고 은행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내리며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그러면서 노후 차량이나 가전을 신제품으로 교환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新)을 확대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을 올해부터 대상으로 포함했는데 중국에선 이런 제품을 거의 모두 택배로 산다.

지방정부들이 알리·위챗페이 등 온라인 결제시스템과 연계해 뿌리고 있는 소비쿠폰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부터 중국 정부(국무원)가 적극 추진 중인 농촌 택배 물류 인프라 강화(향촌물류체계)도 같은 맥락이다. 농촌 택배 직송 비율을 80%까지 늘리는 게 목표인데, 72.1%를 달성, 올해 80% 도달 가능성이 높다. 이커머스가 핵심인데 이를 통한 경기부양의 한가운데 징둥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온라인 판매 늘리고 오프라인 '징둥몰'도...정부 전략 한 눈에


개관을 앞둔 베이징 징둥몰에 글로벌 유력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했다./사진=우경희 기자
개관을 앞둔 베이징 징둥몰에 글로벌 유력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했다./사진=우경희 기자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 등은 2~4월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여전히 요지부동이지만 중국 정부가 희망을 걸 만한 지표들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사회소비품소매총액은 1~2월 누계 전년동기 대비 4.0% 늘었고 3월엔 5.9%까지 늘었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가 20~30% 선의 판매증가율을 보였는데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과 소비진작 대책이 효과를 봤다는 근거로도 활용 가능하다.

중국 정부 전략은 당분간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징둥이나 알리바바같은 내수 중심 물류기업들의 역할도 더 커질 전망이다. 왕위촨 징둥 해외홍보 디렉터는 작년 처리물량을 10이라고 본다면 올해는 12~15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는 이에 대비한 창고재배치와 인력 대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집중한 테무(핀둬둬 자회사)의 1분기(1~3월) 매출은 무려 전년 동기 대비 131%나 늘었다. 쉬인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12%가량 늘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좋은 숫자지만 '반짝'일 가능성이 높다. 4월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의 충격파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끄는 게 징둥의 15.8% 매출 증가다. 알리바바도 1분기 매출이 7% 늘었다. 모두 내수 판매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징둥의 전략은 더 구체화하고 있다. 징둥은 같은 날 취재진에게 베이징 남부 펑타이취 소재 '징둥몰'을 공개했다. 온라인에만 집중하던 징둥의 오프라인 사업 확대 상징이 바로 징둥몰이다. 618 행사에 맞춰 개관할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형 백화점을 방불케하는 징둥몰은 지상 7층이 모두 IT와 가전 등 첨단제품으로만 채워졌다.

징둥몰 개관 관련 기자회견에서 징둥 관계자가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징둥몰 개관 관련 기자회견에서 징둥 관계자가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징둥몰 오픈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징둥몰 내부를 둘러봤다. 한국의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제품들과 중국의 사실상 모든 IT 및 가전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내수 판매물량 증가라는 핵심 전략의 밑그림이 징둥몰에서 그대로 엿보였다. 한 치의 누수도 허용하지 않고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밸류체인을 완벽히 돌리겠다는 거다.

징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있다"면서 "올해는 보조금을 늘려 소비자 1인에게 하루 1000위안(약 20만원)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 사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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