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재가공해도 '거뜬'…친환경 투명 점착 필름 나왔다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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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분자 점착필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모습. 기존 소재와는 달리 점착 필름을 떼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투명 점착 필름을 개발했다.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의료용 필름에 다수 쓰이는 소재로 자원 선순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원주 정밀·바이오화학 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백현종 부산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화학적 가교구조 없이도 우수한 점착력을 가지는 투명 점착 필름 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 앤드 인터페이시스'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소재의 화학적 가교구조는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생긴 그물 구조를 말한다. 이 결합을 끊어내려면 독성을 가진 촉매를 사용하거나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위험이 큰데다 에너지 소모도 크다. 필름 소재를 재활용하지 못하고 전량 폐기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의 길이를 확대해 화학적 가교 구조 없이도 점착력을 높이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필름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점착 필름과 비교해 자국이 남지 않고 접착력도 더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필름이나 저자극성 의료용 점착테이프로 활용할 수 있다.

고분자 소재는 사슬이 길수록 높은 강도와 안정성을 갖는다. 길이가 짧은 실을 뭉치면 실 가닥을 쉽게 뽑아낼 수 있어 묶음이 쉽게 풀리지만 길이가 긴 실을 뭉치면 많은 엉킴이 생겨 실 가닥 하나만 뽑아내거나 풀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사슬 길이가 긴 초거대 고분자를 합성하는 건 화학계의 난제 중 하나였다. 연구팀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기존 고분자 사슬보다 2.8배 긴 초거대 고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슬의 길이가 매우 길어 엉킴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접착력이 높다. 또 사슬 길이가 짧은 고분자에 비해 점착 잔여물이 적다.

연구팀은 개발한 투명 점착 필름이 기존 점착 필름과 비교해 130% 높은 점착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화학적 가교 구조가 없기 때문에 무독성 용매에도 쉽게 녹일 수 있다. 연구팀이 필름을 녹여 고분자를 회수한 뒤 여러 차례 재가공한 결과 성능이 거의 저하되지 않았다. 3회차 재가공했을 때 1회차 대비 97% 수준의 점착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현재 유기용매가 아닌 물에 녹여 재활용하는 방식의 친환경 점착 필름 소재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기존 투명 점착 필름과 달리 폐기물의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한 필름"이라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자원 순환형 정밀화학소재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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