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패러다임 바꾸는 EU…주목할 韓 스타트업은 여기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3.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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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배터리 탈부착 휴대폰 부활하나…EU 배터리법 여파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지난달 18일 '유럽연합(EU)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이 시행됐다. 2023년 6월 EU 의회 본회의에서 EU 배터리법이 통과된 이후 8개월만이다. 법 시행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순차적으로 각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정하면, 유럽의회 및 이사회 검토 후 발효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18일 '유럽연합(EU)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이 시행됐다. 2023년 6월 EU 의회 본회의에서 EU 배터리법이 통과된 이후 8개월만이다. 법 시행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순차적으로 각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정하면, 유럽의회 및 이사회 검토 후 발효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18일 '유럽연합(EU)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이 시행됐다. 2023년 6월 EU 의회 본회의에서 EU 배터리법이 통과된 이후 8개월만이다. 법 시행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순차적으로 각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정하면, 유럽의회 및 이사회 검토 후 발효된다.

실제 법 적용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배터리 관련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설계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탄소발자국' △폐배터리 수거 및 구성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회수목표 제시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 △배터리 탈부착 및 교체 의무 등 배터리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바꾸는 EU 배터리법…재활용·배터리 탈부착 의무화


EU 배터리법 주요 규정/그래픽=윤선정
EU 배터리법 주요 규정/그래픽=윤선정
EU 배터리법 세부조항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크게 2가지다. 제8조 재활용과 제11조 이동식·경량운송용(LMT) 배터리 탈부착 및 교체다.

EU는 제8조을 통해 배터리 생산자에게 △재활용 물질 회수 비중 계산 및 검증법 △목표비율 수정조치 필요성 검토 △재활용 원료 물질 추가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선 2027년 1월1일부터 산업용 및 전기차용 배터리에 코발트, 납, 리튬, 니켈이 포함된 경우 해당 성분들의 함유량을 표기한 기술문서가 요구된다.

2030년부터는 새 배터리를 생산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한다.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 비율은 2030년 코발트 12%, 납 85%, 리튬 4%, 니켈 4%에서 2035년 코발트 20%, 납, 85%, 리튬 10%, 니켈 12%로 점차 늘어나게 된다.

이를 위해 폐배터리의 재활용 효율과 원료 회수 목표도 설정해놨다. 2031년까지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구리, 납,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의 95%를 재활용 원료로 회수해야 한다.

2027년 2월부터는 이동식·LMT 배터리를 탈부착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의무화 된다. 이렇게 되면 휴대폰 등 각종 모바일 휴대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 형태는 일체형이 아닌 분리형으로 설계해야 한다.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대부분 휴대폰이 배터리 일체형으로 개발된 걸 감안하면 앞으로 유럽향 휴대폰 설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 관계자는 "(EU 배터리법) 불이행이 지속되는 경우 EU 회원국 정부는 해당 배터리의 시장 출시 제한, 금지, 회수 또는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비 EU 국가에서 수입한 배터리도 마찬가지"라며 "배터리 생산자는 EU 시장에서 처음 판매되는 배터리에 대해 폐배터리 수거,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고 말했다.


배터리 잔존수명 연장·폐배터리 재활용·슈퍼커패시터 주목


EU 배터리법 관련 주요 기업/그래픽=이지혜
EU 배터리법 관련 주요 기업/그래픽=이지혜
EU 배터리법 시행으로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도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 관계자는 "각기 다른 배터리들을 분류하고, 파쇄해서 재활용 원료를 추출하기 위해 기업별로 다양한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관리 강화함에 따라 공급망 단계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화하는 업무들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에바싸이클은 현대차 (249,500원 ▼500 -0.20%) 사내 프로그램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통해 탄생한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이다. 전기차에서 폐배터리 탈거, 방전, 해체, 분해, 원료 추출까지 폐배터리 재활용에 필요한 전 과정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폐배터리를 탈거, 방전, 해체 분해해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전처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블랙파우더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료를 뽑아내는 후처리 영역도 사업화할 계획이다. 특히, 에바싸이클은 블랙파우더 추출에 필요한 공정 핵심 설비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안전·환경 설비를 강화해 설비가격과 전력 사용량, 생산시간 등을 기존 방식보다 50% 이상 감축했다.

피트인은 택시와 화물차 등 영업용 전기차의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구독형 솔루션 '배터리 스왑'을 제공한다. 2022년 9월 현대차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지난해 7월 분사했다.

배터리 스왑은 영업용 전기차들의 고질병인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한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완충까지 약 90분은 걸린다. 그러나 배터리 스왑 방식을 이용하면 15분 이내 완충된 배터리로 갈아끼울 수 있다. 충전 대기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없앨 수 있다.

운영기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많은 영업용 전기차는 빈번한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열화가 심하다. 배터리 잔존수명이 끝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 비용은 평균 2500만원 수준으로 고가다. 배터리 스왑을 이용하면 배터리 잔존수명(SOH)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개의 배터리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기 때문에 급속 충전으로 인한 열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동식·경량운송용(LMT) 배터리 탈부착 및 교체에서는 소형 및 초소형 슈퍼커패시터 관련 기업에 이목이 집중된다. 슈퍼커패시터는 전자기기의 보조전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일체형이 아닌 분리형 배터리를 가진 전자기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배터리를 분리하더라도 전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이때 슈퍼커패시터가 보조전원으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슈퍼커패시터 분야에서 눈에 띄는 국내 기업은 비나텍 (46,500원 ▲1,250 +2.76%), 삼화전기 (53,200원 ▲5,900 +12.47%), 코칩 등이 있다. 1994년 설립된 코칩은 2002년 삼성전기의 카본계 이차전지 사업을 인수하며 슈퍼커패시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코칩은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21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슈퍼커패시터 등 생산시설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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