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조 증발" 의사출신 심사역이 임상 혁신기술에 베팅한 이유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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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김진주 HGI 상무·백규석 큐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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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오른쪽) HGI 상무, 백규진 큐리에이터 대표 /사진제공=HGI
김진주(오른쪽) HGI 상무, 백규진 큐리에이터 대표 /사진제공=HGI
2022~2023년 벤처투자 혹한기 바이오벤처들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시기 빠르게 치솟았던 기업가치는 3분의 1 토막이 났다. 몸값이 급락하면서 후속 투자유치는 얼어붙고,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애가 타는 건 벤처캐피탈(VC)도 마찬가지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바이오벤처 포트폴리오 때문에 펀드 청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신규 투자도 크게 위축됐다. 2021년 1조6770억원이었던 바이오벤처 신규 투자는 2023년 884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바이오벤처 수난기에도 자신만의 뚜렷한 투자철학으로 유망 바이오벤처를 발굴한 투자사가 있다.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다. HGI가 투자한 인체장기칩 스타트업 큐리에이터는 국내 유수 연구기관과 협업을 맺는 등 벤처투자 혹한기를 뚫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진주 HGI 상무와 백규석 큐리에이터 대표에게 임팩트 투자철학과 성장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연간 70조원 암 임상실패 비용…인체장기칩으로 잡는다


/사진제공=HGI
/사진제공=HGI
김 상무와 백 대표가 처음 만난 건 2020년 초다. 내과의사 출신인 김 상무는 당시 데일리파트너스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 상무는 "당시 투자를 위한 미팅은 아니었고, 우연치 않게 소개로 만났는데 큐리에이터가 그리는 미래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HGI로 옮긴 김 상무는 큐리에이터가 투자유치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2021년 시리즈A1과 2022년 시리즈A2 라운드를 이끌며 180억원 규모의 큐리에이터 투자를 완료했다. 김 상무가 주목한 부분은 큐리에이터의 기술력과 버텍스 파마슈티컬에서의 성공적인 전주기 신약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팀이라는 점이다.

큐리에이터가 개발 중인 인체장기칩은 기존의 동물실험 기반의 연구에 비해 인체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모사해 임상시험에서의 실패율을 현저히 줄이고,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인체장기칩이란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에 혈관 구조를 추가해 인간의 조직처럼 기능하도록 구현한 칩이다. 백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실패율은 80~90%"라며 "암 임상 실패로 인한 비용만 연간 60조~70조원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 진입 전에 시행되는 전임상시험은 아직 대부분 인위적으로 암을 유발한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정확한 약물효능을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도 기존 동물 모델 외의 대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큐리에이터는 투자유치 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겨 첨단치료제 개발 경험을 한 연구진을 영입하고,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 현재 위암, 대장암, 안과 질환 인체장기칩을 완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인체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신약 개발에 나섰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상장계획 아닌 기술에 방점…의사 경력 '든든한 지원군'"


/사진제공=H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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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VC들의 일반적인 바이오벤처 투자 경향에 비춰봤을 때 큐리에이터는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기업이다. 김 상무는 "많은 바이오벤처와 투자사들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가'보다 '기술특례 상장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큐리에이터는 상장에만 급급한 회사가 아니다. 실제로 널리 쓰일 수 있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기술성평가만 통과하면 임상 단계에서도 기술특례 상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장 이후에도 부실 상장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 상장하기 전 기술이전 등을 통한 수익실현을 약속하지만 상장 이후 기술이전은 커녕 임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 상무가 당장의 상장보다 기술력에 집중하는 건 내과의사로서의 경력도 한몫 한다. 김 상무는 2006년 의사 면허를 취득해 2018년까지 13여년 동안 대학병원 내과의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바이오벤처 투자 전문가로 VC 업계에 뛰어들었다.

백 대표는 "투자유치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VC들을 만나게 되는데 김 상무의 경우 상장 계획에 대한 질문보다 기술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며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큐리에이터의 목표에 크게 공감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김 상무는 큐리에이터가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공학도 출신인 백 대표가 파악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병원의 특성을 설명하고,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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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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