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자꾸 떠"…알리·테무의 공습, 유통 판도 뒤흔들 수 있다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기사 입력 2023.12.0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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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중국 상품이 싸다는 걸 제대로 실감한 건 2003년 10월 중국 이우에 갔을 때다. 도시 전체가 도매시장인 이우에서 이틀간 온갖 물건을 구경하다가 호기심에 가격을 물어보면 대개 필자가 짐작한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당시 중국에 6개월 넘게 머물었을 때라 물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는 물건마다 너무 싸길래 무안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지난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스쳤다.



마동석과 1000억을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


지난 3월 9일 알리익스프레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팝업스토어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중국 친구와 점심식사를 했는데, 같이 나온 알리바바 직원이 다음날 행사가 있다며 시간이 되면 참석하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가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휴대폰 케이스, 보조배터리를 구매했기에 호기심에서 행사에 참석했다. 배우 마동석을 전속 모델로 선정한 것도 의외였지만, 이날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10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말한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그날 이후 불과 8~9개월이 지났는데, 갈수록 '알리익스프레스'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이용자수는 613만명으로 G마켓을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3위를 차지했다. 쿠팡 이용자수가 2846만명으로 1위, 11번가가 816만명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G마켓은 582만명으로 4위에 그쳤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또다른 중국 쇼핑앱 테무의 이용자 수(266만명)을 합치면 879만명으로 11번가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쇼핑앱은 거침없이 직격하고 있다. 특히 테무는 8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두 달 만에 이용자수가 다섯 배나 급증했다.

중국 쇼핑앱의 거침없는 진격으로 해외 직접구매(직구)·해외 직접판매(역직구) 무역수지는 악화일로다. 2020년까지는 역직구로 불리는 해외 직접판매가 직접구매를 상회하면서 해외 직구·역직구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7237억원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2년에는 3조482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으며 올해는 3분기까지 3조6047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는 4분기에는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올 한 해로는 적자규모가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해외진출에 사활을 건 中전자상거래업체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쇼핑앱의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은 장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중국 1·2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핀둬둬(Pinduoduo)가 중국 내수 시장의 포화 및 경쟁 격화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엔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드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9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도 알리바바 본사에서 출장 온 임직원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핀둬둬도 적극적이다. 작년 9월 핀둬둬가 출시한 쇼핑앱 테무는 4개월도 안 돼서 108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테무는 유럽, 일본으로 시장을 확대했으며 지난 7월에는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온라인에 엄청난 광고비를 뿌리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PC로 인터넷을 하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테무 광고를 봤을 것이다. 사실 알리바바보다 핀둬둬의 성장세가 더 무섭다.

지난달 28일 핀둬둬는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3.9% 급증한 688억위안(12조3800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31.8% 늘었다. 회사의 3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대비 22.6% 늘어난 155억위안(2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 매출이 2~3% 성장에 그치는 등 정체한 반면, 핀둬둬는 해외 이커머스플랫폼 활성화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매출 크기로만 따지면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드컴퓨팅을 포함한 알리바바가 크지만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는 핀둬둬가 테무의 급성장에 힘입어 알리바바를 따돌리는 분위기다.

매출 발표 이후 핀둬둬 시가총액은 1959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알리바바(1905억달러)를 제쳤다. 알리바바가 16년 늦게 출발한 전자상거래업체에 밀린 건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공습으로 지금 국내 쇼핑몰 업계가 매운 맛을 보고 있지만, 조만간 더 매운 맛(테무)이 닥쳐올 수 있을 것 같다.



알리·테무 등 중국 쇼핑앱이 몰고올 유통 판도 변화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들이 기존 유통방식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즉,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그동안 쓸 만한 중국 공산품을 한국 유통업자들이 가져와서 G마켓, 11번가, 네이버쇼핑 등 각종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에 이윤을 붙여서 팔았다. 알다시피 어지간한 공산품은 모두 '메이드인 차이나'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서 중간에 있는 한국 유통업자 단계를 없애고 있다. 이렇게 중간 마진을 없애버리면 생산자(중국)와 소비자(한국)는 모두 이득이다.

중국 쇼핑앱의 초저가 공습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구조화·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국에서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체감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추세가 장기화되면 한국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이들이 중국 공산품을 가져와서 팔고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도 설 자리가 좁아진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품을 파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향후 알리익스플레스와 테무의 초저가 공습은 장기간에 걸쳐 국내 유통업계 판도와 사업구조를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 기자 사진 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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