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창업자가 경영자로 진화하는 골든타임

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기사 입력 2023.1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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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올 한해를 정리하기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의 시기가 지나간 지금을 돌이켜보면 단순히 경기가 어려운 시기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대내외 여건의 변수들은 사실 언제나 있어 왔고, 항상 바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줄었다는 것은 단지 투자 관점에서의 해석에 불과하다.

최근 많은 창업자들과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질문 해오는 것이 있다. 내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창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라고 여겨서인지, 투자자들에게 거절 이야기만 들어도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듯 하다. 사실 투자자에게 거절 받는 것은 창업자의 일상과도 같은 일인데 말이다.

올해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하며 창업자들을 만나면 말해주는 것이 있다. 이 시기를 단순히 안 좋고 어려운 시기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투자자 중심의 관점이니 그런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지금이 스스로 창업자에서 경영자로 탈바꿈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하고 정상적인 형태로 시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진정 투자 받고, 투자 하기 좋은 시기' 라고 정의한다.

이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투자받고 승부를 보던 시기는 지났다. 가슴 설레는 아이디어를 만들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써줄 것 같은 시기에 했던 그로스 마케팅 등 소위 돈을 태워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 이상 성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창업자도, 투자자도 수용하고 있다.

9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다양한 창업자들을 만났다. 표면적으로는 제품에 대한 계획, 사용자와 고객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 경영 측면에서 이를 고민하고 접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시리즈A나 B로 갈수록 제품에서 가장 멀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자다. 감각이 떨어지고 중요성을 자꾸 말로만 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 시기를 '회사가 망하기 쉬운 때'라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훌륭한 창업자들은 긴 여정에서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다. 그들은 이를 혼자의 힘이 아닌 경영 측면에서 고민하고 접근한다. 제품이 성장할수록 내부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진다.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뿐이다.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커지며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같은 역할 중심적인 조직이 되기 쉽다.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자 중심, 제품 중심으로 끌어가는 힘은 창업자의 역량에서 나온다.

창업자의 제품을 다루는 습관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창업자가 제품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갖지 못한다면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좋지 않은 제품을 쓰지 않을 것이고, 구매를 보류하거나 구독을 취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모두를 받쳐줄 수는 없기에 경기에 따라 스타트업을 둘러싼 투자 환경은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시기라는 이야기도 결국 투자자들 역시 출자자(LP)들로부터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모두가 영향을 받는 상황은 특별히 스타트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창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것은 철저히 창업자들의 손에 달렸다. 투자자로서 바라보는 내년 전망을 요약하면 '다망다생(多亡多生)'이다. 많이 망하는 만큼 좋은 기업과 경영자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다. 창업자들이 경영에 눈을 뜨기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투자 환경이 불투명한 지금이 창업자가 경영자로 진화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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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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