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넘어 전국으로..지역 창업생태계에 '혁신 씨앗' 심는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3.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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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글로컬 유니콘 키우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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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0일 제주 W360에서 열인 '디데이X지역리그' /사진=김태현 기자
지난 7월20일 제주 W360에서 열인 '디데이X지역리그' /사진=김태현 기자
2018년 11월 대구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 대구·경북 지역 창업생태계 관계자 15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행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의 첫 지역 스타트업 대상 데모데이 '디데이@대구'다.

디캠프의 첫 지역 디데이 행사에 스타트업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1곳의 우승 스타트업을 가리는 디데이@대구에는 총 58개 지역 스타트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박차컴퍼니빌드블록 △원스템보어 △옵틱슨 △얼라이크리에이티브 등 5개사가 본선 무대를 밟았다.

디데이@대구에서의 경험은 디캠프가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밀도있게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디캠프는 디데이@대구를 시작으로 '디데이@부산', '디데이X광주광역시'에 이어 연 1회 디데이X지역리그를 정례화했다. 설립 10주년을 맞은 디캠프는 2022년 아예 향후 10년 중점과제 중 하나로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내걸었다. 올 들어서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19개 금융기관이 8450억원을 출연해 만든 창업재단 디캠프가 이제 수도권을 넘어 본격적으로 지역 창업생태계에도 혁신의 씨앗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디캠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커뮤니티로 지역 창업생태계 한계 극복…'워크넥트'


지난 7월19일 제주시에서 열린 '디캠프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패널토크'에 참석한 크립톤 전정환(왼쪽부터) 이사, 국민대 이우진 교수,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 디캠프 김영덕 대표, 카이스트 디자인전략연구실 우은지 박사, 레드윗 김지원 대표, 소풍벤처스 한종호 파트너. /사진제공=디캠프
지난 7월19일 제주시에서 열린 '디캠프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패널토크'에 참석한 크립톤 전정환(왼쪽부터) 이사, 국민대 이우진 교수,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 디캠프 김영덕 대표, 카이스트 디자인전략연구실 우은지 박사, 레드윗 김지원 대표, 소풍벤처스 한종호 파트너. /사진제공=디캠프
지난 7월 디캠프가 제주 W360에서 진행한 패널토크에서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커뮤니티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의 일환으로 '워크넥트'(구 리모트워크)를 제일 먼저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워크(Work)'와 '네트워크(Network)'의 합성어인 워크넥트는 말 그대로 일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쌓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처음 선보였다.

워크넥트의 방식은 단순하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탈(VC), 창업지원기관 등 다양한 창업생태계 관계자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분야나 투자 단계에 관계없이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창업생태계 네트워크가 협소한 지역 스타트업에게는 큰 기회다.

지난 7월 제주도에서 진행된 디캠프 워크넥트 전경. ①~② 워크넥트 전경 ③ 에이스톤벤처스 안신영 대표의 1:1 오피스아워 모습 ④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의 1:1 오피스아워 모습 /사진제공=디캠프
소통 방식에 일정한 틀도 없다. 간단히 티미팅을 하고 싶은 사람은 티미팅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의논하고 싶은 사람은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된다. 본인 업무가 급한 스타트업 임직원이라면 자기소개만 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현재까지 대전, 세종, 부산, 춘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25회 진행된 워크넥트에 1203명의 창업생태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언뜻 보면 느슨해보이는 네트워킹 행사지만 성과는 뚜렷하다. 올해 2월 진행한 충청 워크넥트에서 코딩 없는 앱 개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꾸러기수비대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1억5000만원 투자를 받고, 팁스(TIPS) 대상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미세조류 공기정화 '에어밸런서'를 개발한 포네이처스는 워크넥트 컨설팅을 토대로 3월 디데이 최종 후보에 선발됐다.

워크넥트 참여 기업 혹은 참가자 간 협업도 활발하다. 중고거래·렌탈 플랫폼 '콘다마켓'을 개발 중인 에이미(AIME)는 지난 4월 워크넥트에서 만난 참여자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채용했다. 지난달 전북 워크넥트에 참여한 코코베리와 큐리오소는 제품개발을 위한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전국 팔도가 디캠프 커뮤니티 장소…'스타트업 라운지'


디캠프에서 운영 중인 스타트업 라운지. /사진제공=디캠프
디캠프에서 운영 중인 스타트업 라운지. /사진제공=디캠프
워크넥트가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SW)라면 스타트업 라운지는 하드웨어(HW)다. 스타트업 라운지는 창업생태계 관계자들이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강원권, 제주권 등 전국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전국 10개 지역에 13개의 스타트업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장소는 주로 지역 내 퍼져있는 창업 보육기관이다. △제주 △대구 △충북 △경남 △충남 △전북 등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DGB금융지주, 광주테크노파크, 이노폴리스 등과 협업하고 있다.

스타트업 라운지는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디캠프 입주 및 투자사를 유치한 패밀리사 △디데이 출전일로부터 1년 이내 스타트업 △스타트업 라운지 멤버십을 운영 중인 협력기관 패밀리사 △디캠프 및 협력기관 파트너사 등이다. 스타트업 라운지 멤버십만 있으면 어디든 이용할 수 있다. 디캠프는 앞으로도 지역 창업 보육기관과 손잡고 스타트업 라운지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디캠프는 워크넥트와 스타트업 라운지 멤버십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AC와 VC 임직원을 만나 투자유치와 비즈니스 모델 등 여러 고민을 상담하는 오피스아워부터 창업생태계 종사자가 함께 편하게 즐기는 비어나잇까지 진행한다.

최근 디캠프가 야심차게 선보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지역 대학생 창업자 후원'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학부생이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예비창업자 또는 설립 1년 이내 투자를 받지 않은 초기팀만 참여 가능하다. 선정된 팀에게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한 비용부터 회의에 필요한 공간과 회계, 세무 등 전문 분야 상담을 제공한다.

디캠프 관계자는 "창업 보육기관과 투자사들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디캠프가 흔한 공급자 중 한명이라면 지역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며 "지역에서 디캠프의 활동에 대해 큰 관심과 고마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지역 창업생태계에 더 기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설립 11주년을 맞은 디캠프는 간판 데모데이 디데이로 총 609개 기업을 선발해 보육했다. 이중 디캠프로부터 직간접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우아한형제들 △버킷플레이스 △비바리퍼블리카 △당근마켓 △한국신용데이터 등 10개다. 국내 유니콘(총 18개) 중 절반 이상이 디캠프를 거친 셈이다.

/사진제공=디캠프
/사진제공=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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