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스타트업 투자유치의 두 가지 비결

최성호 AI엔젤클럽 회장 기사 입력 2023.08.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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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타트업에 엔젤투자를 하는 한 반도체 관련 부품회사 대표가 있다. 그는 최근 자기 회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스스로 엔젤투자를 해본 경험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해보면서 투자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그 경험으로 자신의 회사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수월하게 받으려면 투자자들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투자금은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제공하는 '지원금'이 아닌 회사가 성장하면 수익으로 돌려줘야 하는 '자본'이다. 회사의 성장으로 인한 이익을 투자자와 같이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스타트업은 투자자들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투자를 해줄 경우 그들에게 어떤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나 경영진이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열정페이를 받아야 한다거나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협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유치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은 종종 "우리 회사에 투자만 해주면 회사가 바로 성장하고 사업확장도 할 수 있을 텐데 투자자들은 왜 이걸 몰라주느냐"고 토로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회사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고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회사의 성장이 반드시 투자자들의 이익과 일치되지 않는 사례는 많다. 상장사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대주주나 경영진의 이익만을 추구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지어는 법적 문제로 이어질 때도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 빈번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특성상 상장사처럼 경영현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많지도 않은 구조여서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창업자와 경영진은 언제 어떻게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투자 후에도 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인지 소통하고 협의해야 한다. 단순히 "알아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때가 되면 수익을 내게 할 테니 투자자들은 자금만 공급해달라"는 태도로는 투자유치에 성공할 수 없다.

투자자들과의 소통과 협의는 요즘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때도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스타트업과 손실도 공유한다. 지난해부터 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추가투자를 받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심지어는 기업가치를 이전보다 낮추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누구보다 스타트업 스스로가 가장 힘들겠지만 기존 투자자들도 투자원금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쓰라린 상황이다. 이때 투자자들에게 서로의 이해와 목표가 다르지 않다는 신뢰를 보내면서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할 경우 대부분 투자자는 기꺼이 손실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결국 성장의 과실과 실패의 쓰라림을 공유한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은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득보다는 실을 나누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스타트업들은 신규 투자자는 물론 기존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동일하다는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단순히 돈만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성장할 때 같이 과실을 나누고 어려울 땐 같이 손해를 감수하는 파트너다. 서로가 이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창업자들이 투자자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여부가 위기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최성호 AI엔젤클럽 회장(유니콘팩토리 3기 전문위원)/사진=머니투데이
최성호 AI엔젤클럽 회장(유니콘팩토리 3기 전문위원)/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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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성호 AI엔젤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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