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재 모시기' 열 올리는데…채용문 잠근 카카오 속사정

배한님 기자 기사 입력 2023.07.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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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기업이 모여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진=배한님 기자
국내 IT 기업이 모여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진=배한님 기자

IT 업계 채용 문이 꽁꽁 닫힐 것이라는 연초 전망과 달리,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비대면 수혜가 끝나고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지며 모든 기업이 채용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봤지만 1분기 호실적으로 다소 간의 여유가 생긴 곳은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넥슨은 세 자릿수 채용…카카오·엔씨는 연례 인턴도 무소식


3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NAVER (174,800원 ▼3,200 -1.80%))는 지난 3월 말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파이낸셜 등 6개 법인에서 세 자릿수 규모 신입 공채를 진행했다. 지난 2월 2022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채용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AI나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재를 발굴·육성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넥슨·스마일게이트도 지난 상반기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넥슨은 개발 자회사인 넥슨게임즈 (22,250원 ▲350 +1.60%)가 지난 2월 300여 명 규모의 개발자 채용을 발표한 데 이어, 네오플이 지난 3월 말 전 직군에서 세 자릿수 규모 채용을 발표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지난 5월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 연계형 여름 인턴십을 모집했다.

반면 카카오 (39,800원 ▼750 -1.85%)는 매년 상반기 열었던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올해 상반기에는 진행하지 않았다. 올 2월에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경력직 채용을 중단하며 면접 전형을 앞둔 지원자를 일괄 탈락 처리하기까지 했다. 카카오는 매년 4~5월쯤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해 8월말쯤에 세 자릿수 인원을 채용해 왔지만 이젠 옛 일이 돼 버린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내부에서는 현재 신규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구조조정 중인 계열사 인력까지도 못 떠안는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 (180,200원 ▼1,700 -0.93%)도 매년 5월 초 진행하던 하계 인턴십이 올해엔 없다. 넷마블 (62,200원 ▼1,300 -2.05%)도 2022년 실적발표에서 올해 인력 충원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1Q 깜짝 실적이 가른 채용 온도…남들 안 뽑을 때 인재 '쏙쏙'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채용을 이어간 IT기업은 대부분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곳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6%, 9.5% 늘어난 2조2804억, 3305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와 콘텐츠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결과다. 넥슨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46%씩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카카오는 1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며 지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1분기보다 각각 39.4%, 66.6% 줄었다. 넷마블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지난 1분기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IT업계는 생성형 AI와 신작 게임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수익까지 개선되기 시작했다면 좋은 인력을 확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생성형 AI 경쟁 최전선에 있는 카카오브레인이 카카오 계열사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채용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4월 말 30명 규모의 '채용 연계형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채용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좋은 인재를 차지하기 쉽다고 봤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실적이 개선된 곳에서 틈새 노리기로 좋은 인재를 골라가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기자 사진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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