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법 전부개정안 통과의 의미 등 전문가 대담
"데이터 기반 혁신 원재료 대부분이 개인정보", 보호-활용 균형 잡아야
전분야 마이데이터 기반 마련, 보건·의료 등 선제시행 가능할 듯
"국민 효익 높아지는 쪽으로 기업 무한경쟁 전망"

우리 법제는 이같은 첨단기술을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을까. 2020년 '데이터3법', 즉 개인정보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3개 법률의 개정으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걸맞는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 개시된 바 있다. 종전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각급 정부부처에 산재돼 있던 개인정보 등 데이터와 관련한 관할을 일원화해 관련 규제혁신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행정부처로 승격된 점, 개인정보의 가명화를 통해 개인정보의 일부나마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점 등은 데이터3법 개정의 성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사업자에 대한 개인정보 관련 이중규제가 여전하다거나 '보호'에만 치우쳐 '활용'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등 지적이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출석의원 190명 중 184명이 찬성할 정도로 여야간 이견이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종전 법 내용의 78%를 개정한 만큼 2011년 9월 개인정보법이 제정된 후 사실상 전부개정안과 다름 없다.
머니투데이는 개인정보법 개정 연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최경진 개인정보전문가협회 회장(가천대 법대 교수)과 이번 정부개정안 작업에 참여한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를 취득한 LG CNS의 이관복 마이데이터사업단장 등 학계, 정부, 민간기업 전문가들로부터 개정 개인정보법의 의의 및 향후 영향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경진 회장(이하 최 회장) : 한국의 정보화혁명은 2000년대 초반에 본격화돼 20년이 넘었다. 최근 데이터 경제가 화두가 됐다. 한국은 하드웨어는 잘 돼 있지만 데이터를 잘 사용할 제도적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선 데이터3법 개정은 가명정보 활용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주체의 권리보호에 무게가 더 많이 실렸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호'와 '안전한 활용'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다른 법안과 달리 이번 개정안의 밑바탕이 됐던 정부안은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민간과 정부, 국회가 협업하는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관복 단장(이하 이 단장) : 한국이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기술 영역은 기계나 공정과 관련한 데이터, 즉 '프라이버시'가 문제될 게 없는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혁신에 필요한 원재료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개인정보'다.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해 산재된 개인정보 관리 환경이 개인정보위로 일원화된 점도 긍정적이지만 이번 개인정보법 개정은 더욱 진전된 성과라고 본다.
- 개인정보법 개정으로 '전(全) 분야 마이데이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꼽힌다. 쉽게 설명해달라.
▶최 회장 : 국민들이 내 데이터를 잘 관리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에서 주력한 점이 2가지다. 하나는 다운로드권, 내 데이터를 내가 직접 내려받아 각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하나가 전송요구권, 내 데이터를 나뿐 아니라 내가 지정하는 3자에게도 보낼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과거엔 기업·기관 등 개인정보 처리자가 내게 내 정보를 교부할 권한이 있었고 다른 이들에게 보낼 때도 돈을 받았다. 마이데이터 도입은 이같은 결정권을 개인에 두고 정보의 유통도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 등이 국민들의 위임을 받아 개인정보 데이터의 유통을 관리해주는 등 사업도 가능하게 됐다. 이들 전문기관의 데이터 유통 수익 중 일부를 정보주체에게 환원할 수도 있다.

▶이 단장 : 개인정보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개인정보를 종이문서 등 형태로 받은 뒤 이를 다시 별도로 파일화 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자 데이터의 형태로 내려받아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 IT 환경에서 활용하기 좋은 형태로 개인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어 범용성이 대폭 향상됐다.
- 마이데이터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과장 :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독점과 분산을 모두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많이 가진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정보주체들이 자신의 정보를 몰아줄 수도 있다. 반면 과거에는 개인정보를 축적할 기회가 없었던 중소기업들이 혁신 서비스를 통해 대형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넘겨받아 빠르게 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다. 독점을 완화하면서 어떻게 적절히 분산시킬 것인지는 정부가 잘 해야할 몫이다.
▶이 단장 : 결과적으로 정보주체들의 권리를 이용해서 그들에게 더 나은 효익과 경험을 제공해주는 쪽으로 정보가 몰릴 것이다. 금전적 효익이 되든 편의성 제고가 되든 정보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기업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최 회장 : 종전 서비스에 고객들이 갇혀서 자유로운 이동과 선택을 제한받는 '락인'(Lock in) 효과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예전엔 내가 가입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다른 SNS로 옮기려면 내 콘텐츠를 일일이 내려받아 옮기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3자 전송요구권은 이용자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기존 SNS에서 새 SNS로 내 정보를 모두 옮기라고 요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 : 당장 마이데이터를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직역별 직능단체의 반발이 심한 곳들은 국회도 함부로 못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수요를 기반으로 하나하나 설득하는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전 분야에 한꺼번에 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원하는 것은 실비보험(실손의료보험) 분야다. 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은 후 각 병원들을 방문해서 서류를 떼서 별도로 제출하는 등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 마이데이터가 된다면 국민들이 실비보험에 가입하고도 혜택을 못받는 현재의 문제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이 과장 : 통상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 후 시행이 되지만 이번 개정안은 산업별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행시기를 조절하려고 한다. 일부 분야는 1년 후 곧바로 시행하도록 하고 준비가 필요한 산업 분야에는 최대한 늦추는 식이다.
예컨대 보건의료 분야는 보건복지부가 '마이헬스웨이' 준비를 오랜 기간 착실히 준비해 왔다.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좀 더 준비를 하면 다른 분야에 비해 앞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마이데이터 실증사업을 오래 진행해왔다. 이 분야도 조속한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추구하는 바도 마이데이터로 구현이 가능해졌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과학기반 행정과 빅데이터에 의한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표방한다. 마이데이터로 국민 맞춤형 서비스는 더 세련돼 진다. 이번 개정안으로 마련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통해 공공정보의 이전이 원활해질 수 있기에 국가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단장 : 아직 개정안의 세부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객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관리전문기관으로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민간이 할 수 있다면 어떤 제약이 있는지, 어떤 범위에서의 의무를 져야 하는지 등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를 겪으며 국민들의 우려도 한층 커졌다. 마이데이터를 잘 시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과장 : 안전성 확보 조치가 잘 된, 신뢰할 만한 기업에만 개인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선정하려 한다. 개정법 시행 초기에는 시행령으로 엄격히 참여 폭을 줄일 것이다. 그리고 마이데이터 전송지원 시스템도 구축하려고 한다. 공공·금융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마이데이터가 추진될 때 정보주체가 언제든 하나의 창구를 통해 내 데이터의 이동 경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최 회장 : 개정법에는 개인정보 관리전문기관으로 개인정보 유통을 집중시킬 수 있게 한 부분이 있다. 정보주체가 효과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 유통경로도 추적해 관리 해주기 위해서다.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개인정보 보호는 훨씬 잘 되도록 돼 있다. 이들 전문기관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수위를 높였다.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가져다가 잘못 활용할 유인을 애초에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재의 개정법으로 개인정보위의 역할은 커졌지만 현재의 인력으로 이같은 일을 모두 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최소 국(局) 하나 이상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개인정보위와 같은 데이터 감독기구는 여느 감독당국보다도 훨씬 깨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컨설팅해주고 지원하는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이 단장 : 데이터 유통이 활성화된 영역에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생태계가 미리 마련돼야만 데이터 유통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이 정보주체 개인의 효익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주력해줬으면 좋겠다. 통신, IT, 대형 유통업 등 업종의 기업들은 준비 상태도 양호하고 마이데이터를 통한 파생 생태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새로운 제도로 만들어지는 산업을 잘 키워 국민 효익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기자 사진 대담=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기자 사진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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