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못한 대한민국 AI산업, 발목부터 잡는 '이것'

김소연 기자, 천현정 기자, 이찬종 기자 기사 입력 2025.05.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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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최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은 규제 일변도 정책과 정치권의 과거지향적 태도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혁신 의지마저 사라지고 있다. 챗GPT가 출시된 지 3년, 이미 시간 차가 생겼지만 늦지 않았다. 한국을 AI G3(주요 3개국)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산업·노동의 새 판을 짜야 하는 시기다.

좌담회는 △AI 육성방안 △AI 규제 △ AI 이후의 미래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맨 오른쪽이 사회자인 최경진 가천대 교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맨 오른쪽이 사회자인 최경진 가천대 교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먼저 대한민국 AI G3(주요 3개국) 가능할지 묻자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미국 챗GPT·제미나이, 중국의 딥시크를 따라잡을 기초 AI 모델을 만들기엔 늦었다는 판단이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하 김 위원)은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인프라가 미국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데이터 공유가 필수인데 한국은 기본적인 파운데이션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 부족하고 인재도 부족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2·3차 산업혁명 시절 보여준 '제조 강국'의 면모를 발휘해 AI 소프트웨어 산업, 피지컬 AI 등을 통한 로봇산업에서 승부수를 던져볼만 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AI 기본법, 주52시간 규제, 노사 갈등 등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치워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기본법, 중복 규제로 발목…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은?


AI 규제에 대해 사회자와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규제 혁파'를 외쳤다. 특히 제정 중인 AI 기본법 시행령을 성토했다. 지난해 말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현재는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영국까지 지난 1월 'AI 오퍼튜니티 액션 플랜'(규제기관에 AI 활성화를 주문한 것)을 발표하며 전향적으로 돌아선 가운데, 한국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유철 LG AI 연구원 전략부문장: AI 악용과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 역할 정도로만 규제해야 하는데 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한다. 'AI 투명성'을 위해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학습 데이터·설계 정보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심사위원이 심사를 잘못했다고 학교나 이력을 공개하는 건 징벌적인 측면이 있다. 글로벌 AI 산업은 규제보다 혁신으로 가고 영국까지도 달라졌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규제 해소에 '샌드박스'라는 소극적 조치만 취한다. 먼저 신청해야 (규제를) 풀어준다는 소리다.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글로벌 AI 서밋에 가면 과거에는 'AI 세이프티'(안전성)가 주제였는데 2월부터 '비전'으로 바뀌었다. 다 바뀌고 있는데 한국만 그대로다. 기업들은 규제 자체보다 규제 불확실성을 더 힘들어한다. AI 기본법에 대해 300페이지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는데 과연 사업자가 준수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 300페이지라니, 답답하다. 중처법(중대재해처벌법)처럼 걸면 다 걸리는 것이다. AI G3를 위해서는 노동 규제도 풀어야 한다. 현행 주52시간 근무제는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을 뜻하는데 문제는 관리 단위를 '주'로 하는 것이다. 일본도 주 40시간 근무지만 관리 단위가 1개월이나 1년이다. 집중 근무가 필요할 땐 하고, 아닐 때는 쉬고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 자기 주도권을 줘야 한다. 노동계가 과거에 굴뚝산업 시절 생각해서 그런지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연구개발직이나 고소득 전문직은 성과를 시간하고 연계시키면 안된다. AI 기술 개발은 예측이 어렵고 연구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근로시간 규제가 혁신을 제한한다.

▶김준섭 KB증권 수석연구위원:AI 규제는 결국 중소 벤처 국내 회사들을 타깃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회사들이 내놓는 AI는 퍼포먼스가 증명될 가능성이 높아 규제 측면에서 페이버(호의)를 베풀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차별 가능성이 있어 규제를 적극 해소해야 한다.

▶박종천 작가: 챗GPT 나온지 벌써 3년이다. 그사이 한국이 한 게 없다. 그래서 무조건 '파괴적인 혁신'으로 가야 한다. 규제는 다 철폐하고, 데이터도 공개하고 국가 역량을 동원해 AI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플랫폼법, 시작도 못한 AI 산업 발목 잡을 수도"


▶ 사회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 등을 통해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업들이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려면 결국은 현실 부분에 있어서 유통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AI 분야에서 플랫폼 이슈가 나오고, 공정성과 투명성의 이슈 , 빅테크 AI 기업들의 지배력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한편으로 플랫폼법이 아직 형성 단계에 있는, 아직 시작도 제대로 못한 우리 대한민국의 AI 산업계에 오히려 발목 잡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최근 USTR(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의 통상 장벽으로 플랫폼법 입법 추진을 들기도 했다.

▶ 김준섭 연구위원 =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어떻게 보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얘기가 많다. AI에서도 비슷한 규제, 국내 AI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김영규 실장 = 온라인 쇼핑이라는 것은 소비자가 여러 가지 구매 형태라든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만들어서 이제 알고리즘을 통해서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만약에 자사 우대라든지 추천 서비스 금지라는 항목으로 막아버리게 된다면은 결국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들을 못 받을 가능성이 많다.



AI시대, '노동 개념' 재정의 필요


이어지는 대화에서 사회자와 패널들은 AI 이후 미래 모습에 대해 논의했다. 무엇보다 AI로 인해 대체될 노동력에 대한 고민들이 컸다.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덕호 상임위원 : '유발 하라리'가 2040년 AI가 모든 업무 대체한다고 봤다. 생성형 혹은 추론형 AI 혁명이 과거 산업화·정보화 혁명과 다른 점은 인지적 노동까지 대체가능하다는 것이다. 판사나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AI 활용을 잘해 역량이 증가하겠지만, 못하는 이들이나 생산직은 자동화 설비로 대체될 수 있다.
노동조합들이 굴뚝산업 사고에 갇혀있는데, 지금 같은 갈등적 노사관계와 경직적 노동법제에서는 기업들이 자동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단체 교섭 핵심이 임금보다 고용 안정이 될 것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만 봐도 사람보다 로봇이 많다. 기존의 노사 교섭 방식에 대해서 깊은 통찰이 없으면 우리나라는 무너진다. 고민해야 하고, AI 교육도 필요하다. 직업 전환 교육과 밀려난 사람들을 받아줄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하다.
AI 사용이 전면화되면 노동 개념 자체가 재정의될 것이다.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보강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노동에 필요한 교육도 중요하니 AI 교육시간을 노동 시간에 포함하는 제도적 상상력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영어나 코딩보다는 AI 리터러시 가르쳐야 한다.

▶김영규 실장 : 딥페이크 문제 등이 생기지 않도록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사건이 발생해도 기술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하다. 노사 부분도 뒤쳐지는 분들, 사회적 안전망 만들어야 한다.

▶김유철 부문장 :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아무도 모른다. 아마 소수에게 AI의 혜택과 부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슈퍼 휴먼들이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그들의 기회를 뺏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소수가 독식하지 않고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나눠가져야 사회가 건강하다. 노사 관계나 근로 형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가장 왼쪽부터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 박종천 작가, 최경진 교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와 한국의 미래' 지상 좌담회. 가장 왼쪽부터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 박종천 작가, 최경진 교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디지털화가 이익' 비전 제시하고 세제 혜택 줘야


-사회(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 AI 성공을 위해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 사일로(부서 간 데이터 격리)가 심하다. 한국은 왜 '팔란티어(보안·정보 분석에 강점이 있는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같은 회사를 못 만들까? AI 진흥책이 있다면?

▶김유철 부문장: 데이터를 주면 나의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디지털화도 안 됐다. 기업 내에서도 공유가 안 되는데 외부는 더 어렵다. 이해관계나 소유권, 보안 문제 등이 있다. 일단 데이터를 전자화하는 디지털 전환(DX)이 선행돼야 한다. 또 데이터센터는 전화 기지국처럼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비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경향이 있다. 인력 고용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유지 보수 측면에서 수도권이 좋다. 수도권 데이터 센터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김덕호 상임위원: 정부 역할이 크다. 미국은 무기를 하나 구입해도 소프트웨어를 팔란티어로 깔라고 권한다. 중국은 모든 데이터를 (국가가) 통제한다. 미국과 중국처럼 강력한 정부 지원과 산학연계가 필요하다. 또 개인정보 보호에만 사회가 천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종천 작가('챗GPT 시대 살아남기' 저자, 개발자): DX(디지털 전환)가 먼저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에 사람이 부족해서 못했는데 이제 AI로 아날로그 데이터를 쉽게 디지털화할 수 있다. 대신 정부가 공공 데이터, 아날로그 데이터와 문서, 회사 데이터 등 디지털화 독려해야 한다. 전 세계에 한국어 데이터가 많아지는 것이 한국의 AI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또 AI를 잘 다루는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모두가 AI를 쓰는 것부터 글로벌 격차 해소다.

▶김준섭 연구위원 : 기업이 데이터 공유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세제상 혜택이나, 디지털화가 이익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김영규 실장 : 최근 AI가 국가 전략 기술에 포함됐고, 전략산업 사업자들에게는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 데이터센터는 세액공제가 안 된다. 인센티브를 줘야 투자가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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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소연 기자
  • 기자 사진 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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