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우스 R&D'에서 '바이 R&D'로[우보세]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12.12 09:42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하나, 중견급 A사 전략기획과 김과장이 오랜 검토 끝에 '신기술 이전 계약 제안 보고서'를 상사에게 올린다. "이번에 정부 공공기술 거래장터에 우리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유망 기술이 하나 올라왔는데 사면 좋겠습니다."

상사는 대뜸 "이거 얼마야?", "확실한 거 맞지?", "새롭긴 하지만 이거 설익은 기술인데 책임질 수 있어?"라고 조목조목 거칠게 따져 묻는다. 김과장은 괜히 했나 하는 후회감이 든다.

혹여 직속상사가 동의를 했다고 할지라도 차상위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과 맞닥뜨려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국내 기업은 '인하우스(In-house) R&D(연구·개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자체 기술개발 비중이 84.5%에 달할 정도로 외부 기술 도입·활용에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신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가 위한 '바이(Buy) R&D', 즉 외부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기술 트렌드 변화가 빨라 제품·서비스 수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요즘 같은 물가 상승, 금리 인상으로 고초를 겪는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 비용이 부담스럽다. 시장 경쟁은 이전보다 더 치열하다. 외부와 연계되지 않은 '폐쇄형 혁신'으로는 더이상 기업의 생존·성장을 이뤄내기 어려워졌다. 이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성공사례가 적잖다.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201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유전체 검사 전용 슈퍼컴퓨팅 기술을 이전 받고, 추가로 2015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으로부터 대장암·유방암 진단용 마커 및 진단키트 기술 등 6건의 기술을 이전받아 핵심사업의 성장동력을 강화했다. 이후 2019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다.

무인자동화 로봇 개발 전문업체 포테닛은 2013년 KIST 지능형로봇연구단과 공동 R&D 과제를 수행하며 자율주행시스템 등의 기술을 이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원(2017년), 두산그룹으로부터 53억원(2018년)의 투자를 유치했다. 두 업체는 외부 기술을 수혈해 개방혁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직 초기 기술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지금이 적기 아닐까', '경쟁사보다 우수한 기술을 더 빠르게 완성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지도 몰라'와 같은 사고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 신기술 도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매우 유용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리더의 열린 마인드는 개방형 혁신에 절대 요소다. 아울러 침체된 민간 기술 거래 시장과 취약한 중개 플랫폼 기능을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