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김홍규 리체 대표

상품·서비스 장기분납(BNPL) 솔루션을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리체 김홍규 대표(47)의 말이다. 리체는 소비자가 A사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대금을 대신 지불하고, 소비자에게는 60개월의 장기간에 걸쳐 대금을 나눠받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형 BNPL솔루션 '레이터포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 60개월 할부판매…카드보다 길고 렌탈보다 다양" 기업이 레이터포스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사몰이 있으면 레이터포스를 구독해 결제방식에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자사몰이 없는 기업은 리체가 제공하는 플랫폼 '후페이'를 통해 BNPL을 활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시공이나 결혼식 등 담보물이 불명확해 카드사들도 할부제공을 꺼리는 무형의 서비스에도 도입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이든 60개월 할부로 물건을 팔 수 있게되는 셈이다.
간단히 도입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기술들이 활용된다. 전자계약, 정기결제, 채권유동화, 리스크 관리 등을 모두 책임져야해서다. 수수료·이자율도 리스크와 가격경쟁력을 고려해 책정해야 하는만큼 허투루 결정할 수 없다. BNPL 산업에 아무나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구성원 80% 이상이 테크(개발)와 금융관련 전문가들"이라며 "이걸 풀어내는 게 리체의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BNPL이 신용카드 할부나 가전 렌탈 계약과는 어떻게 다를까. 김 대표는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는 기간이 6개월 정도고 이자 할부는 이자율이 20%에 달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대부분 60개월까지 분납하는 BNPL와 기간이 10배까지 차이난다"고 말했다. 이어 "렌탈은 서비스 품목이 한정돼 있고, 사후관리(AS)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여서 목표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증명은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지난 9월 이미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장기로 분납하는 BNPL서비스의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투자자들도 리체에 베팅했다. 스파크랩, 크릿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20억원을 투자받았다.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보육기관 KB이노베이션허브는 KB국민은행, KB카드 등 계열사와 리체의 자금유동화 협업을 주선하고 있다.
핀테크 뛰어든 '마구마구의 아버지'…"MZ 위한 소비플랫폼 되겠다" 김 대표는 넷마블의 대표게임 '마구마구'를 개발한 게임회사 애니파크(현 넷마블앤파크)를 창업한 CEO였다. 게임업계에서는 '마구마구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2019년 12월 새 도전을 시작해보려고 회사를 나왔는데 하필 팬데믹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퇴사하고 폼나게 여행을 다녀보려 했는데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고 전했다.
'집콕'생활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사업아이템의 영감이 됐다. 집과 관련된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리체의 간판서비스인 '로마드'를 떠올린 것이다. 대학 최고위과정에서 만났던 최양하 한샘 전 회장과의 인연도 도움이 됐다. 최 전 회장은 김 대표에게 "당신 같은 IT·게임쟁이가 가구업계에 들어와서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모든 것의 BNPL화'다. 최근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도 BNPL을 할 수 있게 고도화하고 있다. 모든 거래가 가능은 하겠지만 사실상 타깃은 분납 수요가 있는 명품 시장이다. 김 대표는 "리체를 시작하고 명품시장도 처음 알게됐다"며 "써보니 사람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제품 하나가 생활의 만족도를 바꾼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명품스피커를 구매하고 평생 듣지 않던 클래식과 오페라를 듣게 됐다고 덧붙였다.
리체
- 사업분야엔터∙라이프스타일, 유통∙물류∙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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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옛날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는 말처럼, 조금만 참으면 집도 사고 원하는 걸 할 수 있었지만, 요즘 밀레니얼(MZ) 세대는 그러기가 어렵다"며 "그들이 더이상 참기만 하지 않게 소비시점을 당겨주고 지금부터 꾸준히 정승처럼 사는 삶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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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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