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타트업, 베트남서 골 넣는 법?…'무역계 박항서'가 알려준다

호찌민(베트남)=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9.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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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 - 베트남 1-9
김관묵 KOTRA 호치민 무역관장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면 망한다"

김관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호치민 무역관장 /사진=최태범 기자
김관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호치민 무역관장 /사진=최태범 기자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이미지도 좋고 한류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많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 때문에 막연히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진출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김관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호치민 무역관장은 "베트남이 소비시장으로서 1억명의 인구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 생활 수준이 높지는 않다. 한국 기업들이 기대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은 작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관장은 1996년 코트라에 입사한 뒤 2000년부터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무역관에서 근무했고, 베트남 직전에는 크로아티아에서 3년 동안 무역관장을 역임한 글로벌 경제 전문가다.

호치민 무역관은 코트라가 1992년 개설한 해외 무역관이다. 전체 128개의 해외 무역관 중 규모로는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 무역관이다. 그만큼 맡고 있는 업무도 막중하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 호치민 무역관을 이끌며 '무역계 박항서'로 불리는 김 관장을 만나 무역관의 주요 업무와 국내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4번째 몸담은 국가,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동남아 국가랑은 조금 다르다. 문화는 오히려 동북아에 더 가깝다. 한중일 3개국과 공통점도 많다. 베트남이 대표적으로 젓가락을 쓰는 문화이고 유교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보니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에 진출할 때 베트남에 더 동질감이나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많은 동남아 국가를 일본이 장악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했고 교민들도 17~18만명 정도로 많다.

-한국 기업 진출 현황은
약 9000여곳이 등록돼 있고 실제 운영하는 곳은 7000곳 정도 된다. 절반은 호치민, 절반은 하노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인건비 때문에 봉제 분야 기업들이 진출하다가 삼성전자, LG전자, 효성 등 전기전자·석유화학 등으로 산업이 확대됐다.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매년 6~7% 나오다 보니 단순 생산기지 측면에서 접근하던 시장이 소비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들의 진출과 맞물려 국내 금융회사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무역협회 호치민지부가 지난 3월 베트남 남서부 고원지방인 럼동성을 방문해 전반적인 투자환경을 조사했다. /사진=코트라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무역협회 호치민지부가 지난 3월 베트남 남서부 고원지방인 럼동성을 방문해 전반적인 투자환경을 조사했다. /사진=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의 역할은
약 70%의 업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지원이다. 해외시장 조사부터 바이어 매칭, 현지 전시회 한국관 개설, 포럼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하고 있다. 20%의 업무는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바뀌는 법률·세무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변호사가 상주하는 '지식재산권(IP) 데스크'를 두고 있다. 기업들의 상표등록, 위조상품 피해 방지, 베트남 정부와 협업해 모조품 단속 등을 지원한다. 또 관세사도 두고 한-베 FTA(자유무역협정),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무엇을 활용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관세를 절감할 수 있는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업무는 'K-무브'라고 한국 청년들이 베트남 진출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매칭하는 일이다.

-주요 성과를 꼽자면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으로 어느 곳이 좋은지 봤을 때 동남아 국가들이 눈에 띄고, 그중에서도 베트남이 중심에 있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이 다양해지고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수출도 늘어난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면서 무역흑자를 얻었는데 지금은 중국 자체적으로 중간재를 대체한 상황이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베트남을 통해 무역흑자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에서 무역관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지
베트남은 자체 산업 경쟁력이 약하다. 현지 기업들은 대부분 유통, 부동산, 은행 등 단기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있고 제조업 역량은 낮아 외국인투자(외투)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2030년까지 유니콘을 10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뭔가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해주는 것은 많지 않다. 도로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쓸 돈도 부족한데 스타트업들을 위해 쓴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1억명에 가까운 인구 중에 젊은 층이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현지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AC)는 손에 꼽을 정도라 자금 측면의 어려움이 있다. 인력 면에서도 단순 노동자들이 많고 고급 기술 인력은 부족하다. 중국처럼 '꽌시'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정부 관료들과의 연결성도 중요해 잘 관리하지 못하면 법률이나 인허가 문제가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장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환영하는 모습이지만 각종 인허가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 받아야 된다. 거기에만 1~2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2019년 4월 개최된 'Cosmobeaute Vietnam 2019'에 설치된 한국관의 모습 /사진=코트라
2019년 4월 개최된 'Cosmobeaute Vietnam 2019'에 설치된 한국관의 모습 /사진=코트라
-베트남 진출시 고려할 점은
국민소득이 3500달러 정도로 구매력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갑을 열기 힘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베트남은 사람과 직접 만나 현장에서 현금으로 결제를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새벽배송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 냉동·냉장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신선식품 배송도 쉽지 않다. 이처럼 소득 수준이나 문화가 다른 상태에서 한국 모델을 그대로 갖고 들어왔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베트남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정을 해야 현지에서 통할 수 있다. 또 현지 인력을 쓰면 기대 수준만큼 생산성이 안 나와서 여러 명을 써야 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그러면 비용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진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전략은
한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을 바라보고 진출해 많은 성공을 했다. 베트남에 가면 박항서 감독도 있고 한류 분위기도 좋고 진출 기업도 많아서 잘 되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수많은 기업들이 진출했기 때문에 경쟁도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단순히 상품을 수출하는 것보다는 현지에 있는 파트너와 함께 협력하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가져온 뒤 가공해서 가격을 낮추고 포장을 작게 만들어서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판매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망 분야를 꼽자면
최근 아파트와 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 전력이나 건설 기자재, 발전소 쪽에 대한 상당한 기회들이 있다. 풍력·태양광 환경도 좋기 때문에 이 분야 전망도 밝다.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시장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 중국이 해왔던 역할을 베트남 시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한국이 중국에 목매는 상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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