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 정화장치 中企의 대변신…150조 그린수소 정조준

대전=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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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도 국가 이끌 '그린수소 생산 중개연구단'
공공연구성과 활용촉진 R&D 사업 통해 상용화 눈앞


#지난해 9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문을 연 수소시험센터. 670㎡ 면적에 최대 0.5MW(메가와트)급 시험장비를 갖췄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 핵심 소재·부품·장치를 주로 테스트한다. 향후 수전해 핵심 소재인 전극과 분리막 대면적화 양산기술을 확보해 연간 GW(기가와트)급 규모로 확대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 센터를 구축한 곳은 정부 기관이 아닌 딥테크(첨단기술) 기업 테크로스다. 테크로스 관계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연)으로부터 고효율 수전해 스택 설계 기술에 관한 특허와 노하우를 이전 받았다"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수소시험센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크로스의 현 주력 사업은 선박 운항 때 무게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 아래·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넣는 바닷물(선박평형수)를 소독하는 '전기 분해조 장치'를 제작하는 것이다. 선박 평형수를 배 외부로 배출할 땐 해안이 오염되지 않도록 정화 처리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주요 장치다.

조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그린수소 생산 중개연구단장)/사진=류준영 기자
조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그린수소 생산 중개연구단장)/사진=류준영 기자
이 장치의 주된 구동 원리는 수전해와 비슷한 전기분해다. 에기연이 현재 추진 중인 수전해 스택 모듈 기술과 비슷하고 연계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테크로스는 에기연의 기술을 사업화하면 수소충전소 등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핵심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어 차세대 수소 에너지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양쪽의 만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공공연구성과 활용촉진 R&D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 사업은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초·원천연구성과를 기업 수요에 맞게 기술성숙도(TRL)를 높여 민간에 이전·사업화를 돕는 것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87억원이 투입된다.

테크로스가 참여한 '그린수소 생산 중개연구단'엔 3년간(2021년 7월~2024년 6월) 84억원이 투입된다. 연구단엔 에기연, 테크로스를 비롯해 단국대, 순천향대와 딥테크 스타트업인 보야스에너지, 네이션스, 정우산기 등이 참여중이다.

보야스에너지는 양극에 들어가는 촉매, 네이션스는 양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코팅, 정우산기는 분리막 기술을 보유했다.

고효율 저비용 촉매, 대면적 전극 스케일업, 고안전성 분리막 등 연구단의 여러 개발 목표 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핵심기술 하나를 꼽으라면 '250kW(킬로와트)급 재생에너지 연계형 수전해 확장형 모듈 스택' 기술이다.

셀이 200장 정도가 적층되면 스택이 된다. 스택은 전기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핵심 부품이다. 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한다. 스택은 전체 시스템의 90% 이상의 효율을 좌지우지하고, 가격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250kW급이면 수소 약 5kg을 1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수소 1kg이면 수소전기차는 대략 100km를 달릴 수 있다.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1개의 MW(메가와트)급 수전해 시스템을 대략 5억원 정도 예산으로도 생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현석 책임연구원은 "250kW급 모듈 스택 4개를 붙이면 국회의사당에 있는 소형 수소충전소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라며 "아직까지 지역별로 편중된 채 인프라 확충이 더딘 수소충전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아가 국가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기술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정부가 작년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2.0'에 따르면 그린수소 국내 생산 비중을 2050년까지 280만톤(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역산해 보면 대략 25~30기가와트(GW·1000㎿)에 해당하는 수전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에기연의 분석이다. 이 시장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국내에서만 대략 125~150조원(MW당 5억원 가정)으로 추산된다.

중개연구단은 올해 스택 시제품을 생산하고 내구성 평가를 마친 뒤 내년에 상용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현석 에기연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그린수소 생산 중개연구단장)은 "지난 5년간 14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한 금싸라기 원천 기술이 서랍 속에 사장되지 않고 시장으로 나가는 징검다리를 밟게 됐다"면서 "참여한 민간업체들과 협력해 그린수소 관련 촉매, 전극, 분리막 등을 국산화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래 업계에선 '자원 에너지'가 아니라 '기술 에너지'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면서 "중개연구단이 우리나라를 '탄소중립 선도 국가', '그린수소 선도 국가'로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석원 테크로스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축적한 전기분해 기술 전문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기연과 협력해 국내 그린수소 수전해 시장에서 반드시 국산화를 달성하고,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그린수소 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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