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수입 '루테인' 국산화...'K-세포공장'이 국민건강 책임진다

대전=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9.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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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장 김희식 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장 인터뷰

코로나19(COVID-19)를 예방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제조법을 개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끝낼 해결사로 주목 받았던 모더나에겐 풀리지 않는 난제가 하나 있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필요한 주원료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확보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문제는 모더나가 미국 생명공학회사 징코 바이오웍스를 만나 풀었다. 징코 바이오웍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징코 바이오웍스는 백신, 코로나 검사, 치료제 원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세포공장'을 보유했다. 이는 말그대로 세포를 하나의 공장처럼 만드는 개념으로, 세포의 대사 경로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필요한 물질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세포공장 R&D(연구·개발)가 2009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단 중 하나인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주도로 진행된 바 있으며, 이 성과의 바통을 이어받은 '미세조류(식물성 플랑크톤)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이 실용화 후속연구와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중개연구단은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기초·원천연구성과를 기업 수요에 맞게 기술성숙도(TRL)를 높여 민간에 이전·사업화를 돕는 내용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87억원이 투입되는데, 이중 70억원이 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에 배정됐다. 이곳 리더인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장을 만났다.

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장 김희식 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장/사진=생명연
미세조류 세포공장 중개연구단장 김희식 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장/사진=생명연
-세포공장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예를 들어 2015년 중국에 첫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긴 투유유 교수는 개똥쑥 추출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신약을 개발할 때 작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추출물을 미생물 세포에서 고효율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거다. 그걸 세포공장이라고 칭한다. 이젠 개똥쑥과 같은 약초를 별도로 재배할 필요가 없다.

-앞서 차세대 바이오매스연구단은 애초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 개발이 목표였던 것으로 아는데, 중개연구단 사업을 보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대략 9년간 바이오연료 개발에 매진했지만,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건 생산단가 문제였다. 현재 리터당 주유비가 2000원 안팎이라면 미세조류에서 생산한 바이오 연료는 리터당 약 5000원이 넘는다.

생산 단가를 실생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미세조류와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먼저 부가가치가 높은 루테인·지아잔틴등 건강기능식품 원료, 미백 등 화장품 원료 물질을 뽑고, 남은 바이오매스를 연료용으로 쓴다면 고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기술이전 및 시장 진입 등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봤다.

-이제 연구의 반환점을 돌아 후반 레이스를 시작했다. 성과는 어떤가.
▶미세조류에서 눈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루테인·제아잔틴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원료 표준화와 함께 동물 실험을 통한 독성평가(전임상)가 3분의 2 정도 진행됐다.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가기 전인 내년초에 이 기술을 지난해말 설립한 바이오 분야 연구소기업인 에스크랩스에 이전해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원료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기대효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강기능식품을 순위로 매겨 보면 홍삼, 비타민, 유산균, 루테인·지아잔팀이 들어간 눈 건강 제품 순이다. 그런데 루테인·지아잔틴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자라나는 마리골드(금잔화)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져다가 제품을 만든다. 이를 미세조류에서 대량으로 추출해 생산하는 공정을 새롭게 만들면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건강식품 제조 경쟁력에 자체 생산한 원료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 해외 판로를 여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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