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겨울에도 쉬지 않는 농부처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2.08.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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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완연한 여름이다. 나도 모르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는 시기에 마음은 반대로 얼어붙는다. 계절과 다르게 투자와 창업 생태계에 겨울이 왔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대규모 감원은 물론이고 기업가치를 직전 라운드보다 낮춰 투자를 받는 디밸류에이션으로 피 흘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올해 주목받으며 IPO(기업공개)를 한 기업들의 주가 역시 속절없이 무너졌다. 신규 투자는 얼어붙고 그마저도 금액이 줄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이유와 원인은 모두가 안다. 그간 너무 많은 돈이 풀린 것.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과 얼어붙은 투자와 창업생태계 사이의 극명한 차이 속에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깨닫는다. 이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올 것이다. 하지만 바뀌는 계절만큼 빠르게 또 쉽게는 오지 않을, 어쩌면 몇 년 후가 될지도 모를 그 봄을 기다리는 자세는 저마다 다르다.

근본적으로 투자나 창업은 희망을 토대로 하는 일이다. 밝은 미래와 미래에 있을 기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토록 리스크가 높은 일에 뛰어들기 어렵다. 안전함이 주는 편안함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잘것없는 혁신의 시도들이 미래에 새로운 규칙이 되리라는 근거가 희박한 도전을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겨울에도 진정한 혁신가들은 창업에 계속 뛰어들 것이고 투자자들 역시 희망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주한 이 겨울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봄은 온다.

중요한 것은 다가올 봄을 위해 이 겨울을 어찌 보내느냐다. 이 겨울에도 혁신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 기업들은 지난가을부터 준비를 차근차근해온 곳이다. 매출창출이나 비용절감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시기지만 겨울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더욱 더 뿌리를 깊이 내리려는 이들은 겨울에 오히려 다음 세대의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가올 겨울을 예측하고 낙엽을 만들고 또 줄기를 두껍게 세운 나무들만이 이듬해 거목으로 거듭날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위기의 시기는 창업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뭉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간 조금은 안주하고 또 거만해진 모습들도 칼바람을 마주하며 깎여나가야 한다.

스러져가는 많은 스타트업을 자양분 삼아 창업 생태계라는 토양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이 위기를 넘지 못한 혁신 창업가들을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닌 도전자, 모험가로 대우하는 일이다. 겨우내 움츠러든 그들도 새봄엔 싹을 다시 틔우리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보듬을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떨어진 낙엽이 토양에 새로운 양분을 주지 않는다면 생태계 전체가 더디게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기의 사이클은 주지하는 바고 투자전략이 달라질 시기다. 이미 많은 후기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를 좇아 초기투자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시일 내에 봄을 맞이할 산업이나 기술을 찾는 일은 계절을 불문하고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일이기에 모두가 겨울을 마주한 시점이야말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좀 더 신중해질 필요는 있겠지만 결국 차별성을 드러낼 시기는 모두가 위기를 논할 때다.

이 겨울이 누군가에게는 혹독하고 누군가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누가 실력이 있는지, 누가 진짜 혁신을 만들어내었는지, 누가 준비를 차근차근해 왔는지가 드러나는 이 시기야말로 부지런한 농부를 가릴 절호의 찬스다. 그리고 시장은 이런 농부들을 기다린다. 봄을 준비하는 나무는 비록 앙상해 보일지라도 두꺼운 줄기와 겨울눈을 감추고 있다. 모두가 이 뜨거운 여름에 마주한 겨울바람을 피해내기란 어렵겠지만, 모두가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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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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