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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떼기 귀찮은데"…플라스틱 분리수거 안 해도 되는 시대 온다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5.09.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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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 활용 폐유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
2000℃ 초고온에서 0.01초 만에 혼합 플라스틱 분해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수소 플라즈마 실증 설비의 모습 /사진=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수소 플라즈마 실증 설비의 모습 /사진=한국기계연구원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플라스틱을 엄격하게 재질별로 나누고 라벨을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 불편함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플라스틱을 세세히 분류하는 수고로움 없이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다수 대학이 참여한 '플라스마 활용 폐유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이 다양한 종류의 폐플라스틱을 엄격한 선별 과정 없이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플라스마 전환 공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100% 수소를 사용하는 고온 플라스마 토치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혼합 폐플라스틱을 1000~2000도(℃)에 이르는 초고온에서 0.01초 이내에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분해 후 생성되는 물질은 플라스틱 제조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과 '벤젠'이다. 선택도는 70~90%에 이른다. 선택도는 반응 공정에 투입한 물질로부터 전환된 화학 물질 중 원하는 화학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에틸렌 회수율은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99% 이상 고순도인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폐플라스틱은 소각, 소각 후 열 회수, 물리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중 화학적 재활용은 경제성이 낮아 실제 활용률이 1% 미만이었다. 또 일반적인 플라스틱 열분해의 경우 약 450~600도의 고온에서 진행하는데 이 경우 1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혼합된 물질이 생성돼 이중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은 20~3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초고온에서 빠르게 분해되도록 해 고분자 구조를 효율적으로 깨뜨렸다. 또 고온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탄소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100% 수소 기반 운전 방식을 도입했다.

기계연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약 1% 미만인 국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소각 대신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큰데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이산화탄소를 사실상 배출하지 않는 시스템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시범 운전을 통해 생산한 에틸렌 단가는 기존 에틸렌의 원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26년부터 국내에서의 장기 운전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송영훈 사업단장은 "세계 최초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전환하며 경제성을 갖춘 공정을 확보했다"면서 "실증과 사업화를 통해 폐기물과 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와 환경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업단의 연구성과를 설명하는 최종보고회는 5일 대전 유성구 기계연 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기계연구원 폐유기물기초원료화사업단 연구팀 /사진=기계연
한국기계연구원 폐유기물기초원료화사업단 연구팀 /사진=기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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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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