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규제 풀면 100억 투자 의향"…벤처육성 '황금손' 블루포인트, 왜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5.1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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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블루포인트파트너스, 11년간 투자 스타트업 420개…이들 기업가치 7조원
"美육군-와이콤비네이터, AI 등 첨단기술 보유한 스타트업 성과내면 60일 내 軍계약"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방위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모험자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방위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모험자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규제만 없다면 국방·방위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100억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국방 분야에 적용됐을 때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방 분야의 보수적인 의사결정과 높은 진입 장벽은 스타트업과 모험자본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블루포인트는 2014년 7월 설립된 이래 딥테크 스타트업을 중점 육성·투자하고 있다. 11년간 투자한 스타트업만 약 420개로 이들 기업가치를 모두 합하면 7조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국방 규제를 전부 풀겠다고 하면 100억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I가 국방 분야에 적용됐을 땐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 영역에서 스타트업이 기회를 얻어 성장할 수 있다면 그런 회사에는 투자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창업 당시 국방 분야에서 겪은 일화도 소개했다. 카이스트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 플라즈마트를 창업한 후 2012년 7월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MKS 인스트루먼츠에 약 300억원 규모로 회사를 매각했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방독면 제독(除毒)을 구상했는데, 국방 분야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대니얼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이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와 군사 기술을 혁신하기 위해 가동한 '퓨즈(FUZE)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미군과 모험자본의 '융합'(fuse)을 뜻하는 퓨즈는 미 육군이 전장에서 필요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전 배치를 목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퓨즈를 통해 국방하고 멀리 있을 것 같은 모험자본이 들어가고 있다"며 "국방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고 그 다음에 어느정도 성과가 있을 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현장에 적용한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60~70일 내 계약한다고 한다"며 "수주 안에 병사 실험을 하고 성과가 나면 (군에서) 대량 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문법하고는 안 맞을 수 있다"면서 "와이콤비네이터 퓨즈 프로그램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육군이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와 가동한 '퓨즈'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를 실전으로 전환하는 통합 생태계를 형성하며, 육군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솔루션을 가속화한다고 홈페이지에 설명돼 있다. / 사진=미 육군
미국 육군이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와 가동한 '퓨즈'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를 실전으로 전환하는 통합 생태계를 형성하며, 육군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솔루션을 가속화한다고 홈페이지에 설명돼 있다. / 사진=미 육군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미국시장 진출을 통해 본 미션 레디 AI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미국시장 진출을 통해 본 미션 레디 AI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이 대표는 "국방 분야는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면서 K방산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새 시대는 다른 트랙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간 역량은 충분히 있는 만큼 병행할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미 상원에서 발의한 '미국 과학 가속화 프로젝트'(ASAP·American Science Acceleration Project)를 거론하며 AI 등 기술의 혁신이 과거와는 다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ASAP는 AI와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 과학 연구 속도를 2030년까지 10배 가속화하는 국가 이니셔티브다.

그는 "AI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6개월, 1년이 지나고 나면 소위 '오징어'가 될 정도로 뒤처진 경우가 많다"며 "(국방) 획득체계 등 이전의 시스템으로 혁신 추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방 분야에서 문제를 적극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며 "시급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스타트업과 협업하면 국방 산업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는 한국 국방 조달의 구조적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뉴타입인더스트리즈는 한국군에선 도입하지 않겠다는 AI 솔루션을 미국 국방당국 도입을 논의 중인 스타트업이다. 조 대표는 "국방 분야에는 소위 터줏대감이 너무 많아 변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앤드유저라고 하는 전투원이 만족을 느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예비역 준장)은 "완성된 AI 기술이 서류 속에서 15년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며 "오늘 활용 가능한 기술을 즉시 전력화하는 K패스트트랙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계시는 스타트업, 국방 분야 종사자들이 국방부에 많은 민원을 넣어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천종웅 워랩 대표와 권태환 국방외교협회장 등 민간 분야 전문가 등 60여명도 자리했다.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예비역 준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AI 시대 K획득체계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예비역 준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25 디펜스 포럼'에서 'AI 시대 K획득체계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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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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