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절기상 처서를 하루 앞두고 폭염이 찾아온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8.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전력 소비가 많아질 것이고 원자력은 훨씬 더 중요해진다. 한국 파트너와 손잡길 바란다."(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AI의 급속한 발전, 기후위기 등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에 전력망 고도화가 전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방한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최태원 SK(207,000원 ▼500 -0.24%)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137,100원 ▲400 +0.29%) 수석부회장 등 국내 에너지 대기업 수장을 잇따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이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SMR(소형모듈원전), 태양광 발전 스타트업 등에 거액을 투자해왔다.
전력망 고도화는 수년째 글로벌 과제다. 발전 과정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 발전, 이에 따른 분산형 에너지 관리(VPP),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이 차세대 기술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AI의 급속한 발전과 기후위기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더해졌다.
기존의 전력 인프라로는 이 같은 과제에 충분히 부응하기 어렵다. 발전에서 송전, 배전, 저장, 소비에 이르는 '그리드' 전반의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관련 스타트업들도 신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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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데이터센터가 불러온 '괴물 전력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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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계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소비가 2024년 약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엔 두 배 이상 늘어난 945TWh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945TWh는 일본 전체 연간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생성형 AI, 자율주행, 초개인화 서비스 등은 모두 고성능 반도체와 대규모 서버를 필요로 하고, 그 결과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각각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PPA)을 체결하거나,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전기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증가하는 세계 전력 수요/그래픽=이지혜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4076MW(메가와트) 수준에서 올해 4461MW로 증가, 2028년 6175MW로 올해 대비 1.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6배 전력을 소비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 수록 전력수요도 과거보다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또한 막대한 전력수요 증가를 야기했다. 지난 6월29일 포르투갈의 한 도시 모라에선 사람 체온보다 무려 10도 가량 높은 섭씨 46.6도가 관측됐다. 스페인 46.0도, 프랑스 41도를 기록했다. 7월 7일 경남 밀양 39.2°C 등 한국도 가마솥더위에 펄펄 끓었다. 이에 따른 냉방수요 급증은 전력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핵심 경쟁력은 막대한 전력 확보와 효율적 관리에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 인프라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드 관련 용어/그래픽=이지혜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이재명 정부는 서·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추진한다.
한국전력은 기존의 중앙집중식 송배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5년간 10조원을 투입해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규모 원자력·화력 중심의 '중앙집중형 발전'에서 벗어나 태양광·풍력·배터리·가상발전소(VPP) 등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튬이온 및 차세대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 등 ESS, 초고압 직류송전(HVDC) 설비, 변압기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전력의 스마트 소비·거래를 위한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은 SMR, 스마트그리드, ESS 관련 국내외 스타트업의 성장을 자극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전력망이 낡아 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며 "AI의 진짜 한계는 반도체 칩이 아니라 전기"라고 지적했다. 전력 인프라가 각종 기술 혁신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스마트 그리드 혁명은 전력산업 자체를 넘어 투자·산업 구조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