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옵티코어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상학 블루캡캔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또 사업목적에 △국내 해외 이차전지 및 이차전지 재료제조 △자동차용 및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의 개발, 제조, 판매 및 관련 부가사업 △로봇 및 로봇 관련제품의 개발 및 제조, 판매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2021년 설립된 블루캡캔은 각형 배터리 부품인 캡(Cap) 어셈블리와 캔(Can)을 개발,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2023년 11억원, 2024년 2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는 시드(20억원)와 프리시리즈A(25억원) 등 총 45억원을 유치했다.
블루캡캔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한 뒤 캡 어셈블리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스타트업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블루캡캔의 이차전지 부품 성과가 투자사의 눈높이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벤처캐피탈(VC)들은 기업의 투자가치가 높아지더라도 개발 성과가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자금경색이 심해지면서 블루캡캔은 본사에 가압류가 걸리고, 대금 지금 관련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상학 블루캡캔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옵티코어의 투자로 자금난을 모두 해결하고, 생산설비를 갖춰 본격적인 양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 예정인 제품이 이차전지의 핵심 부품인 만큼 배터리 제조업체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블루캡캔의 주요 제품은 배터리의 용량 결정에 핵심인 젤리롤을 담는 '캔', 전기가 통할 수 있게 돕고 전해액이 세지 않게 막는 '캡 어셈블리'다.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경량화와 강도를 모두 구현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대기업인 L사와 P사에 협력사 등록을 마쳤으며 해외 기업에서도 수주를 받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면 경색된 자금흐름을 해소하고 생산설비를 갖춰 본격적인 매출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특정 고객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핵심 부품의 정밀성을 끌어올려 경쟁사와 차별화했고, 생산 공정을 단축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며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배터리 대기업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옵티코어는 블루캡캔 투자 검토 외에 다양한 신사업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이날 중국 최대 로봇기업 시아순(SIASUN)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힘토크센서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트랜시버 전문기업인 옵티코어는 자체적으로 로봇용 힘토크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내달 임시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로봇 관련 사업을 추가하기 전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기술 공급은 사실상 힘토크 센서 개발 전문기업 로보터스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토스는 2021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BK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억원, 2억원이다.
증권업계는 옵티코어가 기술 스타트업과 준비 중인 신사업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발생한 오버행(대규모 물량출회) 이슈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옵티코어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1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블랙마운틴홀딩스(18.8%)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진재현 전 대표의 보유 지분(23.92%)은 지난 9일 주당 1454원에 3개의 투자조합에 매각됐다. 25일 기준 종가는 1945원과 비교해 약 33.8% 낮은 수준이다.
이 FI(재무적투자자)들을 엑싯(투자금회수)을 도와주기 위해 무리하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옵티코어의 주가는 로봇사업 진출 발표 이후 장중 24.42%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7.21%까지 하락 반전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옵티코어의 투자자가 2023년 증시를 흔든 영풍제지·대양금속 관계자라는 점도 일반 투자자들의 불안을 높이는 요소다. 지난 6월 옵티코어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와이비버스는 공선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 대표는 대양금속의 전 최대주주인 대양금속홀딩스의 지분 96%를 보유한 이옥순씨의 아들이다.
결국 증권업계는 옵티코어가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300억원의 사용처가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모은 자금 중 130억원을 강남 부동산 인수에 사용할 예정이다. 양수목적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토지 및 건물 취득으로 자산 증대 및 임대수익 발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옵티코어 관계자는 "블루캔캡과 향후 협업 계획 등에 대해 아직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박기영 기자 pgys@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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