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화 번역 가능할까...일본은 '도전' 한국은 "아직"

이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6.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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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8일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책방에 전시된 만화 '드래곤 볼' 시리즈.  /사진=(도쿄 AFP=뉴스1) 권진영 기자
(도쿄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8일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책방에 전시된 만화 '드래곤 볼' 시리즈. /사진=(도쿄 AFP=뉴스1) 권진영 기자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만화의 번역·현지화를 두고 한일의 시각이 엇갈린다. 만화 콘텐츠 최강국인 일본은 그간 내수 시장에 만족했지만, 최근 AI 번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꼽힌다. 반면 최근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K-웹툰' 산업은 생성형AI를 활용한 번역·현지화에 회의적이다.

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생성형 AI 스타트업 '오렌지'는 최근 시리즈 A 투자로 29억2000만엔(약 256억원)을 확보했다.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는 일본 출판사와 경제산업성 소관 JIC(산업혁신투자기구) 등이 참여했다.

오렌지는 투자금으로 자체 만화 현지화 도구인 '팩토리'의 기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올여름 영문 만화 웹사이트와 앱(애플리케이션) '에마키'도 출시할 예정이다. 오렌지는 서비스 강화를 위해 자체 딥러닝 모델을 개발하고 현지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렌지는 현지화 속도를 만화책 기준 월 500권까지 늘릴 예정이다.

오렌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어로 번역·출판된 일본 만화는 약 1만권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에서 출판된 전체 만화 중 2%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번역과 현지화 작업을 위해서는 편집자, 로고 디자이너, 번역가, 교정자 등 수많은 인력과 단계가 필요하다.

반면 오렌지는 현재 만화책 한 권당 7000달러(약 963만원) 정도인 번역·현지화 비용을 팩토리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이고 AI 추천 기반의 에마키로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오렌지는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가 150억 달러(약 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 vs 인공지능' 번역대결 행사에 참석한 교수들이 번역기를 돌리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 vs 인공지능' 번역대결 행사에 참석한 교수들이 번역기를 돌리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일본과 달리 국내 웹툰 플랫폼 기업들은 전문 인력을 통해 번역·현지화 작업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네이버(NAVER (165,900원 ▼1,300 -0.78%))와 카카오 (42,600원 ▲200 +0.47%) 모두 글로벌 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웹툰의 번역·현지화에 AI를 활용하기에는 이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네이버웹툰은 번역·현지화 작업을 전문 회사나 프리랜서에 맡긴다. 국내에서 웹툰 관련 AI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개발 중인 네이버웹툰이지만 번역·현지화에 적용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평가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번역 및 현지화를 위해 그림과 텍스트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예 콘텐츠 번역 전문 업체인 키위미디어를 인수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영어팀, 프랑스어팀 등으로 인력을 나누고 현지화 관련 자체 DB(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등 투자를 계속 중이다. 웹툰 현지화는 문화에 대한 이해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AI에 맡기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도 오렌지의 AI 번역과 현지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AI가 작업한 내용을 사람이 다시 하나씩 확인해야 해서 노동량이 오히려 늘어날 것 수 있고 전문 번역가들의 영역을 침해해 이들의 노동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좋은 번역 콘텐츠를 생성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아직 AI 기술을 현지화 작업에 활용하기에는 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웹툰에서 허용되는 비문이나 미묘한 문맥을 파악하긴 아직 어렵다. 챗GPT가 하는 단순 번역 정도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콘텐츠를 AI로 만든다면 소비자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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