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대출중개 시장 장악?… "특정 플랫폼 의존도 규제해야"

이창섭 기자 기사 입력 2024.03.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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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플랫폼 영향력 강화 우려… "방카슈랑스 룰처럼 규제 필요"
금융당국 "플랫폼 독점화 제한적… 큰 그림에서 접근해야"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대출 갈아타기 애플리케이션 화면./사진제공=뉴스1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대출 갈아타기 애플리케이션 화면./사진제공=뉴스1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금융사가 고객 접점을 잃고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방카슈랑스 룰'처럼 은행이 특정 플랫폼을 통하는 대출 취급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까지 언급된다.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전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대환대출 인프라 운영평가 및 과제'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별로 온라인 대출 실적 중 특정 플랫폼을 통한 대출 취급 의존도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일정비율의 예시로 30%를 제시했다.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을 25%로 규제하는 '방카슈랑스 룰'과 비슷한 원리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됐다.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로 확대되면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출을 비교·추천하며 중개하는 플랫폼과 이를 운영하는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 집중·독점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으론 금융사가 고객 접점을 잃고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가 빅테크 플랫폼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싸게 제공만 하는 '화이트레이블 뱅킹'으로 전락할 수 있다. 화이트레이블 뱅킹은 은행 자체 브랜드가 사라진 금융서비스다.

최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별로 특정 플랫폼 의존도 심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플랫폼이 영업을 중단하면 은행이 대출 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판매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카슈랑스 룰은 판매 채널인 은행의 협상력이 커져 은행계 보험회사가 방카슈랑스 시장을 독점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며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대출 중개 플랫폼 또한 협상력 우위에 따른 폐해가 있다면 이를 구조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통합관제실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머니S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통합관제실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머니S
다만 현재 국내에서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독점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다. 대출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토스가 과반 점유율을 차지하긴 했지만 아직 시장 역동성은 크다.

금융당국은 당장은 강하게 규제하지 않을 전망이다.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독점화는 가능성은 있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빅테크 플랫폼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나 기업 금융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금융 투자 상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빅테크 플랫폼 규제는 조금 큰 그림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방카슈랑스 룰처럼 특정 플랫품 대출 취급 비율을 제한하는 건 방법론 중에선 가장 직접적이지만 매우 거친 방법이다. 플랫폼 안에서도 대형과 중소형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우선 소비자 보호 방안으로 추진하는 중개수수료율 공시를 예정대로 오는 2분기까지 추진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금융권별 중개수수료율의 최저·최고치와 가중평균을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시장 지배적인 플랫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출 비교·추천 서비스가 소비자를 차별하는 걸 막기 위해 플랫폼의 알고리즘 검증도 현재 진행 중이다.
  • 기자 사진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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