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처리' 의료폐기물, 이젠 일반 소각장에서도 99.9% 멸균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3.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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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의료폐기물 멸균장치에서 의료폐기물이 분쇄 멸균 처리되어 배출되는 모습. /사진=한국기계연구원
의료폐기물 멸균장치에서 의료폐기물이 분쇄 멸균 처리되어 배출되는 모습. /사진=한국기계연구원

의료기관,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일반 소각장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완벽한' 멸균 처리가 가능한 의료폐기물 처리 장치가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한방우 도시환경연구실장 연구팀이 독성시험 제품 기업인 바이탈스 연구팀과 함께 의료폐기물을 병원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 멸균장치'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의료폐기물을 시간당 100kg 이상 처리하는 완제품을 개발해 충남대 병원에서 실증을 마쳤다.

의료폐기물은 각종 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다.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수 있어 특별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전용 소각시설은 13곳뿐이다. 제주도 등 섬·산지에는 자체적인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없다.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해 소각장까지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높고 폐기물 처리에 따른 경비 부담이 크다.

또 기존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선 마이크로파(파장이 1mm에서 1m인 전자파)에 노출된 수분을 최대 100도까지 가열해 멸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경우 작업자의 전자파 노출 위험성이 높은데다 내부에 금속 물질이 유입될 경우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계연이 개발한 의료폐기물 멸균 장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 유해 물질을 고온·고압 증기 방식으로 처리한다. 먼저 높은 온도의 증기가 의료폐기물 내부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폐기물을 잘게 분쇄한다. 장치 내부 온도를 기존 최대 온도였던 100도보다 높여 멸균 효과를 향상시켰다.

연구팀은 의료폐기물을 138도에서 10분, 145도에서 5분 이상 처리했다. 의료폐기물 멸균에 적용한 온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 기존 멸균 시간 대비 33% 정도 시간이 단축됐다. 이후 국가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99.9%의 멸균 성능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직접 멸균 처리한 후 일반폐기물로 전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수송 과정에서의 감염 위험성을 차단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폐기물 처리 단가로만 단순 비교할 때 일반 폐기물은 의료폐기물 처리단가 대비 21% 낮은 수준이다. 이를 통해 연간 718억 원 규모의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기기 설치와 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다.

연구를 이끈 한방우 실장은 "의료폐기물 고온·고압 증기 멸균 기술은 완전 밀폐 환경에서 거의 모든 감염균을 박멸하는 방식"이라며 "향후 감염 동물 사체의 멸균 처리기술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계연 기업지원사업(산업계지원형 기본사업) '포스트 코로나 대응 99.9999% 사멸 초고성능 감염성 폐기물 처리장치 개발' 과제 및 대전시 대전형 융합신산업 창출 특구 기술 실증선도사업 '의료폐기물 현장 처리를 위한 안전디자인 융합형 고압 증기 멸균 시스템 실증화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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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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