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계절…중국은 '생쥐 감시관' 도입했다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3.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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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대 환경공학과 연구팀
생쥐의 날숨 성분 분석해 대기오염이 혈관·장기에 미치는 영향 실시간 측정
베이징, 난징 등 주요 12개 도시에 배치돼 가동중

중국 정부는 베이징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개발한 '실시간 생쥐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스템'을 베이징, 난징, 정저우 등 중국 주요 12개 도시에 배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는 베이징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개발한 '실시간 생쥐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스템'을 베이징, 난징, 정저우 등 중국 주요 12개 도시에 배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농도 짙은 황사 모래먼지가 전국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생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쥐의 날숨을 분석해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혈액 속 독성을 분석한다.

4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야오 마오셩 베이징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실시간 생쥐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스템'을 베이징, 난징, 정저우 등 중국 주요 12개 도시에 배치했다. 각 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이 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24시간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야오 교수 연구팀은 생쥐가 미세먼지를 들이마실 때 생체 내 혈관과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입자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μm)보다 작은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초미세먼지는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인체 내부에 직접 침투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폐 질환,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혈액과 장기 조직에 유입될 경우 어느 정도의 독성이 발현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쥐의 호흡을 일종의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삼았다. 바이오마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활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다. 쥐와 사람 모두 대기 중 산소로 호흡하기 때문에 쥐에게서 나타나는 농도 변화가 인체에도 똑같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작은 유리관에 생쥐 한 마리를 넣고 유리관에 날숨 측정 센서를 연결했다. 유리관 속으로 주입되는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조절하며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어질 때 날숨 속에 섞인 기체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다. 또 생쥐를 2시간 동안 주변 공기에 노출했을 때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은 환경에 노출했을 때 생쥐 몸속 혈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을 땐 날숨 속에 섞인 일산화탄소, 산화질소, 프로판올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을 땐 산화질소, 황화수소, 헵탄알데이드 같은 성분이 날숨 속에 더 많이 섞였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땐 날숨 속 바이오마커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날숨에 섞인 기체의 종류와 농도를 분석하면 신체 내 염증,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화 스트레스는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쥐가 내뿜는 날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네트워크망·디스플레이 시스템과 연결해 현재 대기오염 농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표시하는 구조다. 중국정부는 이를 중국 12개 주요도시에 배치해 24시간 '대기오염-건강 지도'를 제작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따라 다른 대기오염도를 구분하고 지역 맞춤형 예방·통제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리관에 실험용 쥐를 넣고 다양한 대기질에 노출시킨다. 생쥐의 날숨 속 기체 성분과 농도를 분석해 생체 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측정한다. /사진=야오 마오셩 교수 연구팀 논문
유리관에 실험용 쥐를 넣고 다양한 대기질에 노출시킨다. 생쥐의 날숨 속 기체 성분과 농도를 분석해 생체 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측정한다. /사진=야오 마오셩 교수 연구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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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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