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톤 넘는 '악취' 골칫거리...하수찌꺼기, 미래석탄으로 재탄생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3.05.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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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하수슬러지 연료탄 스타트업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발생하는 하수찌꺼기(하수슬러지)는 209만2274톤(2021년 기준)이다. 각 가정에서 연간 배출하는 평균 하수슬러지 양은 95㎏. 매년 10만4614개 쌀 포대(20㎏) 분량의 하수슬러지가 발생하는 셈이다. 현재 하수슬러지 대부분은 소각처리 혹은 매립되고 있다.

이렇게 쓸모없이 처리되는 하수슬러지로 '미래 석탄'을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졌다. 최근 탄소중립이 글로벌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하수슬러지 에너지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도 하수슬러지 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분말 하수슬러지…악취에 낮은 효율 발전소서 퇴출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하수슬러지를 에너지화하려는 노력은 2012년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런던의정서)으로 하수슬러지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본격화했다. 런던의정서는 쓰레기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협약으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83개국인 참여하고 있다.

당시 한국의 하수슬러지 처리 상황은 심각했다. 런던의정서 적용 직전인 2011년 당시 전국 433개 하수처리시설에서는 연간 302만7829톤의 하수슬러지가 발생했다. 이중 벽돌, 시멘트, 복토재 등으로 재활용되는 비중은 74만6055톤으로 전체 24.6% 불과했다.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남은 230만여톤은 매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매립을 위해서는 건조·중화처리가 필요하다. 또 악취 때문에 추가 매립지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정부가 선택한 건 하수슬러지의 에너지화다. 하수슬러지를 건조 처리해 보조연료로 사용하고자 했다. 민간 하수슬러지 처리장에서 건조설비를 설치하고 하수슬러지의 수분 함량을 10% 이내로 낮춰 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만들었다. 민간 발전소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심각한 악취가 문제가 됐다. 분말로 된 하수슬러지를 옮겨 담을 때마다 발생하는 분진으로 악취가 퍼지면서 인근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비라도 오면 녹아버리기 십상이다. 또 분말로 만들어진 탓에 연료 효율도 좋지 않고, 발전소 설비에 끼어 잔고장을 일으켰다.


영세업체 난립으로 품질 저하…악취 문제 도돌이표


한동안 화력발전소에서 퇴출됐던 하수슬러지 보조연료는 2010년대 후반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분말로 된 하수슬러지를 펠릿 형태로 성형해 연료탄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다.

톱밥과 혼합된 하수슬러지 연료탄은 연료 효율도 분말형보다 월등히 좋았다. 악취도 분말형보다 덜 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우드펠릿보다 가격이 30% 가량 저렴했다. 분말형 하수슬러지를 외면했던 발전소들도 점차 하수슬러지 연료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수슬러지 연료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잘 건조하는가다. 제대로 건조를 하지 않으면 악취가 나고, 펠릿 성형이 쉽지 않다. 까다로운 건조 기술과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비 비용 탓에 초창기 하수슬러지 연료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2020년 지자체 하수처리장들이 직접 건조 설비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많은 영세업체들이 하수슬러지 연료탄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조된 하수슬러지를 펠릿 형태로 성형만 하면 됐기에 기술장벽이 낮았다. 그러나 영세업체들이 난립한 결과는 처참했다.

제대로 성형을 하지 않아 펠릿이 부서지거나 뭉치기 일쑤였다. 악취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 일부 발전소 노조는 하수슬러지 연료탄 퇴출을 요구했다. 결국 하수슬러지 연료탄은 등장한지 약 5년만인 2022년 초 전국 모든 발전소에서 퇴출됐고, 대부분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악취 꽉 잡았다"…이중 수익구조로 수익성 기대↑


하수슬러지 연료탄 /사진제공=진에너텍
하수슬러지 연료탄 /사진제공=진에너텍
올해 들어 하수슬러지 연료탄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탄소 중립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석탄과 목재 펠릿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진에너텍은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수차례 실험을 통해 하수슬러지의 악취를 없앨 수 있는 적정 건조 온도와 시간을 알아냈다. 건조할 때 기화되는 악취를 다시 포집, 소각해 악취를 완전히 제거했다. 연료 효율성도 높아졌다. 기존 하수슬러지 연료탄과 비교해 약 13% 정도 높다. 현재 주요 발전소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증사업(PoC)를 준비 중이다.

2019년 설립된 키나바는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음식물쓰레지 등 유기성 폐기물를 친환경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기성 폐기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는 낮은 발열량으로 인해 연료로 부적합하다. 키나바는 셀룰로오스를 잘 타는 구조로 만드는 하이브리드 수열탄화 기술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촉매로 악취를 최소화한다.

이피에스는 하수슬러지를 △가스 △오일 △온수 다양한 형태의 연료로 전환한다. 기술의 핵심은 '연속식 열분해'다. 폐기물을 찜통에 넣고 찌고, 식히고를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이다.

하수슬러지 연료탄 사업의 장점은 이중 수익구조라는 점이다. 지자체 하수처리장에서 건조 하수슬러지를 받아올 때 운반 및 처리비용으로 톤당 3만~10만원, 펠릿으로 성형된 연료탄을 발전소에 판매할 때 톤당 10만~13만원을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에 필요한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납품만 재개된다면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에너텍  
  • 사업분야친환경∙에너지
  • 활용기술지속가능성, 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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