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척, 한국 무기는 '원자력'…고전력 전기추력기 나왔다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3.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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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10㎾급 전기추력기 개발, 화학식 추력기 대비 연비 4배 높아
美·日·EU 등과 어깨 나란히…향후 유·무인 우주선, 인공위성 등에 활용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전력 전기추력기. 이번에 개발한 전기추력기는 화학식 추력기에 비해 연비가 4배 이상 높아 향후 유·무인 우주선, 대형 인공위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전력 전기추력기. 이번에 개발한 전기추력기는 화학식 추력기에 비해 연비가 4배 이상 높아 향후 유·무인 우주선, 대형 인공위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 기술을 활용해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추력기는 10㎾(킬로와트)급으로, 4년여간 연구·개발한 성과물이다.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는 원자력 기술을 활용해 우주개척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채길병 한국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 박사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10㎾급 전기추력기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전기추력기는 화학식 추력기보다 연비가 4배 이상 높아 유·무인 우주선, 대형 인공위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실험실 규모에서 성능이 입증된 단계로, 향후 60㎥ 이상 대형 진공챔버에서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전기추력기는 말 그대로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연료를 가열한 뒤 추진력(물체를 나아가도록 하는 힘)을 얻는 장치다. 화학연료를 활용한 추력기에 비해 추진력은 낮지만, 연비가 월등히 높아 연료가 덜 필요하다. 이는 우주선 중량을 낮추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우주기술 선도국은 10~100㎾ 고전력 전기추력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기술은 대표적인 민·군 겸용 기술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라 기술 또는 물자 이전을 통제받는 실정이다.

아르곤(Ar) 플라스마가 방전하고 있는 모습. 플라스마화된 아르곤 가스는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아르곤(Ar) 플라스마가 방전하고 있는 모습. 플라스마화된 아르곤 가스는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이에 연구팀은 2019년부터 관련 기술 국산화에 나섰다. 연구팀은 우선 고전력 전기추력기 내부 영구자석 안을 양극·음극으로 분리하는 절연체로 구성했다.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는 전기는 아르곤(Ar) 가스를 플라스마로 만든다. 플라스마화된 아르곤 가스를 직경 30㎝ 원통형 영구자석이 발생시킨 자기장으로 가속해 가열하면 노즐을 거쳐 추진력이 발생한다.

플라스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최대 난제였다. 플라스마 상태는 절연체 재질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에 전기추력기 개발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열부하를 가장 많이 받는 부품인 양극을 구리로 제작해 내열성을 확보했다. 음극은 토륨-텅스텐 재질로 설계해 전류를 2시간 이상 지속 공급할 수 있었다. 절연체는 알루미나(산화 알루미늄)로 만들어 플라스마의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실제로 연구팀은 2.6㎥ 진공챔버로 극저온, 진공의 우주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갖춰 성능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기추력기 추진력은 200mN(밀리뉴턴·1mN=0.1g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을 나타냈다. 현재 우주기술 선도국의 10㎾급 전기추력기 추진력은 300~600mN 수준이다. 격차는 있지만, 기술자립을 이뤄낸 만큼 머지않아 거리를 좁힐 수 있을 전망이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자력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큰 의의를 지니는 기술"이라며 "향후 우주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우주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전력 전기추력기 성능 검증용 진공챔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0㎾(킬로와트)급 전기추력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고전력 전기추력기 성능 검증용 진공챔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0㎾(킬로와트)급 전기추력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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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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