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 카이스트 교수팀, 폐암 전이시키는 중간엽 세포를 치료 가능한 '상피 세포'로 돌려…비밀은 3가지 단백질 발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폐 암세포를 치료 가능한 상피(上皮) 세포로 되돌리는 기전을 규명했다. 상피 세포는 피부나 내장기관 위를 덮고 보호하는 세포로 치료에 용이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험실 단위에서 규명된 결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연구 유효성을 입증하려면 수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김남희 박사생 등은 30일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암 연구)에 관련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폐 암세포 전이를 유발하는 중간엽 세포를 상피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이다. 되돌린 상피 세포를 약물 치료해 암을 당뇨·고혈압처럼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는 치료법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조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월 대장암 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되돌렸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 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세포로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재구성)해 의과학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복잡한 생명 현상은 단일 인자에 의해 발생하지 않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고 보고 연구를 수행했다. 생물학에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수학 모델링 등을 융합해 시스템 관점으로 암에 접근해 폐 암세포까지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암 전이 억제 핵심은 '중간엽 세포→상피 세포'…3가지 비밀 풀었다
암 전이는 상피 세포(Epithelial cell)에서 중간엽 세포(Mesenchymal stem cell)로 천이(Transition)하면서 증폭된다. 과학계에선 이를 앞 글자를 따 'EMT'라고 부른다.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EMT는 암세포의 이동과 침윤 등 악성 형질로 이어진다.
관건은 중간엽 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상피 세포로 되돌리는 기전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암세포 전이를 낮추거나 제거하려는 다양한 연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암세포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중간 상태의 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복잡계 네트워크 제어기술로 극복했다. 중간엽 세포를 상피 세포로 역전하는 핵심 단백질 2개와 세포 조절인자 1개를 발굴했다. 연구팀이 발굴한 분자는 'p53'(암 억제 단백질)과 'SMAD4'(EMT 조절 단백질), 'ERK1/2'(세포 성장·분화 조절 인자) 등 3가지다.
암 조직 환경과 유사한 분자세포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3가지 분자가 있을 때 중간엽 세포가 상피 세포 상태로 역전되는 사실을 관찰했다. 암세포 전이 능력을 억제하고,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 세포 상태를 구현한 것이다.
김남희 카이스트 박사생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EMT를 역전시키는 반응에서 SMAD4 단백질이 발견된 건 이번이 최초"라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화합물을 향후 만드는 과정에서 SMAD4를 포함하면 효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광현 카이스트 교수는 "암세포의 전이 능력 파악은 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폐 암세포의 전이 능력을 제거하고 항암 화학요법 치료에 민감한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의 예후를 증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해 바이오리버트(Biorevert)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관련 연구 상용화 작업에 나섰다. 조 교수는 기업을 직접 경영하지 않고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으며 기초원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기사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