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훈련만 시키면 스마트폰으로 소몰이…건강 상태·짝짓기 시기도 스마트폰으로 확인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뉴질랜드 낙농가에서 태어난 크레이그 피고트는 부모와 함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목장 일을 도왔다. 지난해 12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그는 가족이 주 100시간 이상 일했는데도 늘 일손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울타리를 치고 치우는 데 들어가는 자잿값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지금 피고트는 스마트 낙농업 스타트업 할터(Halter)의 CEO(최고경영자)다. 2016년 설립된 할터는 지난달 시리즈E 펀딩에서 2억2000만달러(3200억원) 투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펀딩은 세계적인 기업가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가 주도했으며, 할터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2조9600억원)로 평가됐다. 피고트는 "돌이켜보면 농사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훌륭한 훈련이었다"라며 "이때 경험이 회복력과 끈기를 길러준 것 같다"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목걸이는 소의 현재 위치와 건강 지표들을 표시한다. 소가 한 곳에 몰려있다면 주변에 야생동물이 출몰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또 무리에서 떨어진 개체가 있다면 다쳤거나 송아지가 길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목장주는 스마트폰으로 소들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즉시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목장을 끊임없이 누비며 소들을 살펴야 하는 전통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목걸이는 태양열로 충전되기 때문에 배터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할터 기술을 직접 사용해본 목장주들은 덕분에 노동 효율과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뉴질랜드 루아와이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존 글래스는 짝짓기 시기가 된 소들을 찾아내기 위해 몇 시간씩 소들을 관찰하고 관련 기록을 남겨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할터 목걸이가 빨간 점멸등으로 짝짓기 징후를 보이는 소들을 표시해준다. 처음엔 목걸이 성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던 글래스는 "이제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헐터 덕분에 70% 미만이었던 임신 성공률이 80%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피고트가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은 뉴질랜드 스타트업 로켓랩 창업자 피터 벡 덕분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 행사에서 벡 CEO와 만나 낙농업에 기술을 접목한다는 구상을 설명했고, 벡 CEO는 그에게 로켓랩 인턴 자리를 내줬다. 피고트는 이 인턴 경험을 인생 전환점으로 꼽는다. 그는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것을 보며 우주로 로켓을 보내는 왜 목장에서 사람이 직접 펜스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뉴질랜드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창업 직후 2년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컨테니어 박스에서 소들과 함께 지내며 소의 행동 방식을 파악하고 훈련 방법을 연구했다. 피고트는 "소를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증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며 "(연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20배 더 힘들었다"고 했다. 야외에서 24시간 써야하는 제품인 만큼 배터리 효율과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해결 과제였다. 피고트는 "밤새워 일했는데도 결과가 실패일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할터의 제품은 뉴질랜드, 호주, 미국 2000개 이상 목장에서 이용 중이다. 목걸이 제품을 부착한 소는 100만마리 이상이다. 목장 소유주들은 할터 기술 덕분에 목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고, 덕분에 토지 생산성을 최대 20% 상승시킬 수 있었다. 지난 4일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할터가 현재까지 조달한 자금은 4억 달러(5900억원)다. 할터는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남미, 유럽까지 진출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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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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