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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영생의 꿈'…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이미 7조원 쏟았다

정혜인 기자 기사 입력 2025.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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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억만장자, 25년간 '장수'에 7조가량 투자" 자체 분석…
"팔란티어·샘 올트먼·유리 밀너 등 기술 거물들 적극 투자",
"'나이보다 젊게' 세포 재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 가장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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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도중 포착된 중·러 정상의 사담으로 '장수'(長壽·Longer Lif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억만장자 특히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관련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장폐지 등의 투자 실패에도 생명 연장의 꿈 실현을 위한 자금 투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의 기업 투자 거래, 상장 기업 공시 및 규제 서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5년간 초부유층(억만장자)은 장수 산업에 50억달러(약 6조9400억원) 이상 투자했다"며 "실리콘밸리의 거물인 피터 틸, 샘 올트먼, 유리 밀너(DST 최고경영자), 마크 안드레센(넷스케이프 창업자) 등이 장수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은 주역들"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초부유층과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학계의 작은 영역에 머물렀던 (생명 연장) 연구는 대중적 관심을 끌며 주류 연구로 부상했다"며 "많은 기업의 실패에도 이들은 과학적 가능성과 자금 흐름에 따라 여전히 (장수 산업 관련)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있다"고 짚었다. 미 생명과학 기업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는 틸 창업자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후원 등으로 3억55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지만, 지난 6월 상장폐지와 함께 완전 청산 및 해산 계획을 세웠다.

WSJ 분석에 따르면 현재 장수 산업 관련 스타트업과 비영리 단체는 200개 이상, 투자자는 1000여 명, 조달 자금은 125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WSJ은 "억만장자뿐 아니라 과학자,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 배우들까지 장수 산업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장수 기업의 평균 투자 라운드 규모는 20% 이상 커졌고, 올해에는 4300만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수 기업은 크게 △세포 재프로그래밍 및 회춘 연구 △노화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 △건강 추적·보조제·항노화 화장품 판매 등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특히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려 나이보다 젊게 하는 '세포 재프로그래밍' 연구가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 WSJ에 따르면 세포 재프로그래밍 관련 기업은 알토스랩스(이하 알토스),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트로) 등 80여 개다.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로이터=뉴스1
피터 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로이터=뉴스1
미 실리콘밸리에서 장수 산업에 관심이 가장 높은 인물은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이다. WSJ 분석 결과 필 창업자는 그의 벤처기업 또는 지원하는 재단을 통해 장수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 12곳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2021년에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설립한 뉴리미트(NewLimit)에 투자했다.

뉴리미트는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기업으로,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 조 론스데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최고경영자), 비노드 코슬라 선마이크로시스템 공동 창업자 등 최소 9명의 억만장자가 2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론스데일 창업자는 벤처투자기업 8VC를 통해 항노화 연구 기업 알토스랩스에 투자했다. 알토스는 2022년 출범과 동시에 30억달러를 유치해 가장 큰 장수 기업으로 꼽힌다. 코슬라 창업자는 "70세가 40세처럼 느껴져야 한다"며 장수 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레트로에 1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레트로 역시 세포 재프로그래밍 약물 개발을 목표로 한다. 레트로의 조 베츠-라크루아 CEO는 필 창업자의 파운더스 펀드가 투자했던 생명공학 기업 할시온 몰레큘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공동 창업자는 장수 및 건강 관리 기업 비옴 라이프 사이언스(비옴)에 투자했다. 비옴 창업자인 나빈 자인은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관리 회사를 세웠고, 지금까지 2억3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는 "노화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고 싶다"며 장수 및 건강 관리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미 제약업체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는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장수연구소 책임자인 발터 롱고 박사가 개발한 단식 모방 식단을 직접 시도하며 장수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후 롱고 박사의 회사 엘뉴트라에 대한 4700만달러 펀딩을 주도했다. '단식 모방 식단'은 5일 단위로 구성된 채식 위주 식단으로 저열량·저단백질·저탄수화물·고불포화지방을 섭취해 몸이 단식 중이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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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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