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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도 괜찮아"…스타트업 '실패' 치유, 성숙해지는 창업생태계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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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도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몇 년 새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실패를 격려하고 치유하는 것을 넘어 재도전의 용기를 북돋우려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실패를 부끄러운 낙인으로 남기는 대신 그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실리콘밸리의 '실패 친화적 문화'처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한층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기업 리더 협의체인 YCN(Young CEO Network)은 5일 서울 용산에서 'Fail Fair(실패전시회)'를 개최한다. 행사는 창업자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실패=도전'을 주제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가 '실패를 통한 극복사례'를 공유하며 후배 창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전한다. 또 △실패 사진·표어 전시 △힐링 체험 △'데스밸리(Death Valley)' 포토존 △네트워킹 등이 진행된다.

특히 현장 연출에는 최근 주목받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콘셉트를 접목, YCN 운영진이 저승사자 캐릭터로 변신해 행사를 진행한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실패 경험을 유쾌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성공 중심의 기존 창업 행사와 달리 실패 역시 중요한 자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창업가 간 진솔한 교류를 통해 실패를 격려하는 건강한 도전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진우 YCN 회장은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때 생태계 전체의 역량이 강화된다"며 "이번 행사가 실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젊고 유연한 창업 네트워크 문화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폐업 과정을 돕는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도 발간됐다. 이번 가이드북은 국내 대표적인 기업가정신 교육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이 주도하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및 스타트업 폐업·청산 관련 노하우를 쌓은 법무법인 미션이 제작에 참여했다.

가이드북은 폐업의 의미부터 △세무 절차 △법인 해산·청산 절차 △임직원 퇴직처리 △임대차를 비롯한 각종 계약 해지·정리 △서비스 종료 △지식재산권 정리 △법인 계좌·카드 해지 △투자자·고객·정부지원금 대응 등 스타트업의 '현명한 마무리'를 위한 실무를 총망라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폐업은 고객과 직원, 투자자 등 함께 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을 책임감 있게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주식회사란 사업과 자본이 결합돼 있는 고도의 신뢰 시스템"이라며 "신뢰가 해체되는 과정을 최대한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신뢰의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것이 우리 생태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스타트업 정리·재도전 조정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마무리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 조정·정비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기업 파산 시 지금은 투자자, 금융기관, 채권자, 정부 보조금 집행기관 간 이해 충돌이 빈번하게 분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기업의 실패가 창업자 개인 삶의 실패와 창업생태계의 실패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스타트업의 실패가 다음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창업생태계의 성숙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창업의 본질은 단 하나의 완벽한 형체를 한 번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유니콘이라는 화려한 형체의 탄생에만 환호할 것이 아니라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는 창업가의 살아있는 정신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며 "정신만 살아있다면 형체는 언제든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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