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키운다더니…"'비급여 유예' 내년 3월까지만" 기업들 '멘붕'

박정렬 기자 기사 입력 2025.06.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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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신의료기술의 한시적 비급여 사용 기간을 최대 2년 더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다수 기업은 기간 연장이 1년여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갑작스러운 결정인데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어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 'AI 100조원 투자' 등을 천명하지만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의료 AI는 관심 밖이라는 하소연이 업계에서 들린다.

27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최근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한 의료 AI 기업 등에 '내년 3월 5일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고지했다.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기술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비급여로 우선 시장에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정 후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임상 근거를 쌓고,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급여권에 들어오도록 연착륙을 유도한다. 6월 말 현재 총 36개의 신의료기술이 평가 유예로 고시됐다.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그래픽=윤선정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그래픽=윤선정

신의료기술은 의료AI, 유전자 검사처럼 새로운 기술임에도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시장 잠재력이 높은 의료기기를 말한다. 과거에는 허가부터 급여 평가까지 기간이 길어서 경영난에 꽃도 피지 못하고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많았다. 유예 제도가 도입되며 한시적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졌고 '경영 체력'이 약한 기업이 돈을 벌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예 기간은 시작일로부터 2년이며 이후 1년의 신의료기술 평가 기간을 더하면 최대 3년간 비급여 사용이 허용된다. 유예 기간 임상 연구와 실사용 데이터 분석 등을 거쳐 평가받는데, 근거를 쌓기에 2년은 짧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말 유예기간을 2년 확대해 최대 5년까지 주는 내용의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제정, 지난 3월 6일부로 시행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이 2년이 아닌, 개정안 시행 후 1년이 지난 내년 3월까지만 유예기간 연장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AI를 활용해 입원 환자의 건강 위험을 예측하고 암을 진단하는 솔루션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전기 자극 제품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3월 종료'를 고지받았다.

지난 3월 시행된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사진=보건복지부
지난 3월 시행된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사진=보건복지부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의지를 내비쳐 '허니문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법령에는 유예기간과 연장 기간이 각각 '2년 이내'라 명시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첫 유예기간을 2년 미만으로 받은 곳이 없었다. 이에 따라 연장 기간도 2년이라 짐작한 곳이 많았다.

복지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낸 보도자료에도 '최대 4년까지 연장', '유예기간 2년+2년'이라는 표현이 있을 뿐 기간 단축 가능성이나 기준 등은 언급되지 않았었다.

연장 기간이 왜 3월까지인지 구체적인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업계는 '멘붕'에 빠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행 조건과 일정만 통보하고 이유가 없어 직접 문의했는데 '회의 내용은 비공개'라며 알려주지 않더라"며 "유예 제도가 한시적인 것은 알지만 일방적으로 기간을 결정하고 설명조차 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실만이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정부 부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관리 지침 변경은 감수할 부분이지만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는 점은 문제"라며 "2년 연장을 상정하고 임상시험을 계획했는데 기간이 짧아져 향후 데이터 부족 등으로 평가에 탈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NECA 관계자는 "평가 유예 제도는 신의료기술을 환자에게 비급여로 사용하며 근거를 쌓으라는 취지로 모두 2년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장 대상과 기간은 안전성, 임상적 활용도와 유용성, 근거 창출 역량 등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심의해 복지부에 보고한 것"이라 밝혔다.
  • 기자 사진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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