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용 NPU(신경망처리장치)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탑재된 신형 NPU의 첫 번째 시제품(샘플 칩)을 생산했다. 퓨리오사AI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을 탑재한 NPU를 양산한 데 이어 리벨리온이 삼성전자의 HBM을 탑재한 NPU 생산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58,000원 ▼1,500 -2.52%)와 SK하이닉스(259,500원 ▲2,500 +0.97%)의 HBM 경쟁이 스타트업 업계로도 이어진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신형 3세대 NPU '리벨-쿼드'의 샘플칩을 생산했다. 해당 칩은 엔비디아의 하이엔드급 GPU(그래픽처리장치)인 H100·B100 등을 겨냥하는 제품이다. 4개의 코어를 'UCIe' 규약으로 연결한 칩렛구조로, 1초당 연산량 2048테라플롭스(TFLOPS), 350~700w의 전력량 등의 스펙을 갖췄다. 생산은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이뤄졌다.
특히 리벨-쿼드는 리벨리온이 처음으로 설계하는 HBM 탑재 NPU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 12단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메모리 대역폭을 4.8TB/s까지 끌어올렸다. 수백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LLM을 반도체 하나만으로 구동할 수 있는 스펙이라는 게 리벨리온 측의 설명이다.
HBM 탑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의 AI 반도체 설계구조에서 성능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의 성능이 NPU의 성능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AI 모델들이 데이터 용량이 큰 이미지, 소리, 영상 등 멀티모달 AI로 발전하면서 HBM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퓨리오사AI에 이어 리벨리온까지 HBM 탑재 NPU를 내놓으면서 업계에선 국내 반도체들이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NPU에 선제적으로 HBM3를 탑재해 1.5TB/s의 대역폭을 구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퓨리오사AI보다 HBM 탑재가 늦었지만 최신 HBM인 HBM3E를 탑재하면서 더 높은 대역폭의 반도체로 맞서는 모습이다.
양사가 서로 다른 회사의 HBM을 사용하면서 반도체 대기업들의 HBM 전장이 스타트업 업계로 확산했다는 분석도 있다. 리벨리온이 삼성전자의 HBM을 선택한 반면, 퓨리오사AI는 SK하이닉스의 HBM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공급받는 HBM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팹리스 스타트업의 제품개발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징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당장 물량이 적지만 언제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영세한 팹리스 스타트업들까지 챙기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스타트업을 잠재고객으로 놓고 HBM 공급 경쟁에 신경을 써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