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약 600억원 규모의 주요 계열사별 전용 벤처펀드를 만든다.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 기존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적극적인 벤처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인 포스코기술투자는 (주)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DX 등 핵심 계열사 전용 벤처펀드를 결성해 각사 맞춤형 벤처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열사별 전용 펀드 규모는 각각 200억원 안팎이다.

포스코그룹은 1997년부터 투자전담 조직을 구성해 다양한 벤처 투자를 해왔지만, 주요 계열사 규모가 크고 사업 분야도 다양해 그룹 내부에서 전용 펀드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정책자금 등 외부자금이 포함된 펀드에선 특정 계열사만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이 준비 중인 주요 계열사별 벤처펀드는 각 사업회사가 자금을 출자하고, 포스코기술투자가 GP(위탁운용사)를 맡는 방식으로 결성할 예정이다. (주)포스코가 출자한 펀드는 저탄소·자동화, 포스코인터내셔널 출자 펀드는 바이오·재생에너지, 포스코DX 출자 펀드는 AI(인공지능) 등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 전용 펀드가 탄생하면 포스코그룹 벤처투자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다수 조직이 자금을 출자해 1개의 펀드를 만드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각 계열사별 맞춤형 후속 펀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주요 계열사 3곳을 필두로 그룹사 전용펀드 결성을 추진하지만 차차 다른 계열사로 확대해 신사업 발굴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투자업계도 포스코그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CVC 관계자는 "대기업 그룹사 가운데 특정 계열사만을 위한 전용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삼성·롯데 등으로 의외로 많지 않다"며 "이번에 포스코가 계열사별 전용 펀드를 만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다른 그룹사의 벤처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수십년간 벤처기업의 창업보육부터 제품개발, 판로개척 등 성장 단계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포항에는 사무 공간과 각종 시설을 갖춘 대형 벤처 육성시설인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조성하는 등 창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포스코 제철소가 있는 광양에도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투자전문회사인 포스코기술투자의 AUM(운용자산)은 약 1조2000억원으로 국내 대기업 지주사 CVC 가운데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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