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소원 빌었는데, 위성 '뚝'…구멍 나는 지구의 방어막

변휘 기자 기사 입력 2025.05.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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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진입 위성 작년 1000건…"2035년엔 하루 50건"
알루미늄 태우며 유해물질 배출, '프레온 가스' 버금 위험

2024년 12월 21일 밤 미국 남부 곳곳에서 밤하늘에 불덩어리가 떨어진다며 올라온 영상./사진=뉴시스(X 갈무리)
전 세계적인 위성통신 경쟁이 인류가 애써 복구했던 오존층 구멍을 또다시 넓힐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구 상공을 돌다 수명을 다해 떨어지는 위성 잔해가 오존층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이어 새로운 위성산업 경쟁사들이 가세하면서, 지구를 뒤덮을 위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자인 조나단 맥도웰의 추정치를 인용해 수명을 다한 위성이 지구로 재진입한 사례는 "지난해 약 1000건으로, 하루 평균 3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위성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2035년에는 하루 최대 25~50건의 위성 재진입이 발생해 대기권에 오염 물질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의 평균 수명은 약 5년이다. 수명을 다한 위성은 궤도를 이탈해 우주 쓰레기로 떠다니거나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소각되는 게 보통이다. 지상에서 관찰된 재진입은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진입 시 알루미늄 등이 포함된 원소들로 분해되며, 이는 지구 오존층을 위협할 수 있다.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준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초음속 제트기, 스프레이와 냉매 등에 사용됐던 프레온 가스로 인해 남극 오존층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으로 전 세계가 프레온 가스 금지에 협력하면서, 최근 구멍 난 오존층 대부분이 메워졌다.

하지만 위성 발사 경쟁의 심화가 그간 인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의 수는 현재 약 1만2000개인데 5년 뒤에는 약 6만~10만 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위성 산업 규모가 현재의 150억달러에서 108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28일(현지시간) 아마존의 통신 위성 ‘프로젝트 카이퍼’를 실은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 V로켓이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2025.04.29  /AFPBBNews=뉴스1
28일(현지시간) 아마존의 통신 위성 ‘프로젝트 카이퍼’를 실은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 V로켓이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2025.04.29 /AFPBBNews=뉴스1

과학계는 대기권 내 알루미늄의 증가를 가장 우려한다. 알루미늄은 로켓과 위성 제작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로, 제품마다 다르지만 35~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층권의 알루미늄은 산소와 결합해 산화알루미늄, 일명 '알루미나'를 만든다. 이는 일련의 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 예컨대 2022년 추락한 위성은 약 17톤의 알루미나를 생산했는데, 이는 자연 발생량보다 30% 많은 수치다.

위성 잔해가 지구로 재진입하며 발생하는 도 오존층을 위협한다. 이때 온도는 최대 1925°C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는 대기의 80%를 구성하는 질소 분자를 분해하기에 충분한 온도다. 이는 산소와 재결합해 이산화질소로 변하는데, 특정 조건에서 오존을 파괴할 수 있다.

위성산업계 및 과학계는 다양한 대책을 궁리 중이다. 우선 알루미늄 대신 연소 시 유해 물질 발생이 적은 소재를 위성 제작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위성회사로서는 잔해가 지표면에 추락해 사람이나 건물에 피해를 주는 것이 더욱 큰 리스크인 만큼, 땅에 닿기 전에 잘 연소하는 알루미늄을 선호한다. 바비 폰더 글로벌스타 규제 담당 부사장은 "재진입 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소재 사용은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위성을 나무로 제작하거나 위성 잔해를 우주에서 수거한 뒤 새 위성에 재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크리스 존스 이리듐 부사장은 "공상과학 소설과 같은 얘기"라며 재활용의 비용 효율성 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셸 포레스트 텔레샛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위성 수명을 늘리는 게 "기업의 투자 측면에서 비용 효율성도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규제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책임감사원(GAO)은 2022년 보고서에서, 위성 재진입으로 인한 배출물이 성층권 온도를 변화시키고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며 새로운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심각한지 판단하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 기자 사진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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