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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 내세워 "숙박앱 판 바꾼다"더니…외면받는 '착한 앱', 왜?

최우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9.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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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를 대체하겠다던 공공배달앱들의 시장 퇴출은 예견된 사태로 여겨진다. 그동안 숙박앱, 부동산앱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를 없애겠다며 '착한 앱'을 표방했던 서비스들의 실패 사례와 같은 이유에서다. 소비자의 편익이 아닌, 공급자들의 수요에 맞춰 설계된 서비스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직방·다방 '한방'에 잡겠다던 한방(공인중개사협회) 이용자 4만명…직방의 2%수준


직방, 다방 등 부동산중개앱을 대체하겠다며 공인중개사협회가 내놓은 앱 '한방'이 대표적이다. 직방과 다방을 '한 방'에 잡겠다며 2019년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받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방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는 4만명대에 불과하다. 직방(196만명), 다방(89만명)을 대체하기엔 한참 모자란 수치다.
공인중개사협회가 만든 앱 '한방'. /사진=구글플레이
공인중개사협회가 만든 앱 '한방'. /사진=구글플레이
한방의 실패 요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담지 못한 점이다. 직방 등은 매물을 올릴 때 공인중개사가 무조건 사진을 10장 이상 첨부해야 하고, 공용면적과 전용면적, 관리비 부과 기록 등의 다양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한방은 공인중개사들이 이러한 절차에 대해 복잡하다는 민원을 넣는 점을 고려해 사진도 없이 매물을 올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을 찾는 소비자 입장에선 원하는 정보가 없다보니 한방을 외면하게 되고, 공인중개사들이 아무리 선호해도 거래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라며 "중개사들에게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는 걸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데, 이것도 결국 공급자 중심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야놀자·여기어때 판도 바꾸겠다는 '이야'(대한숙박업중앙회)는 바이바이


숙박업소 업주들의 모임인 대한숙박업중앙회 역시 야놀자, 여기어때 등 대형 숙박앱의 수수료율이 비싸다며 자체 앱 출시를 시도해왔다. 2017년 출시한 '이야'는 시장에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원픽'을 출시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며 AOA 설현까지 앞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했지만, 업주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수년간 '출시 임박' 상태만 유지되고 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착한 공공 앱'들이 수요자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출시되는 데 대해 "자기 돈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공급자 중심 서비스 설계는 주로 예산사업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해당 사업이 얼마나 수요를 유발할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그저 예산을 사용했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기업이 그런 행태를 보여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지만, 공공부문은 그럴 걱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안 나오면 소기의 효과라도 보여줘야 할텐데, 공공배달앱이나 일부 지자체의 숙박예약앱은 그마저도 실패했다"며 "공무원이나 민간 협·단체 임원들의 임기가 짧고 성과에 대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이러한 공급자 중심 서비스 설계 및 예산 낭비에 한몫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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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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