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서 생존할 확률?"..AI로 '고2'도 데이터분석 '척척'[르포]

유효송 기자 기사 입력 2023.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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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터러시 키우자 ①-3]

[편집자주] 전례 없는 AI 기술의 발전이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사회와 경제 시스템, 나아가 인류의 삶 자체가 뒤바뀔 조짐이다. 우려와 공포감도 크다. 그러나 AI와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AI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사회적 혼선과 불안을 줄여야 한다. 도구로서 AI를 정의하고 윤리적 활용법, 인간과 AI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민적 AI 이해도와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AI리터러시 키우자' 연중 캠페인을 시작한다.
서울 마포고등학교 2학년 김성윤, 이정찬 학생/사진=유효송 기자
서울 마포고등학교 2학년 김성윤, 이정찬 학생/사진=유효송 기자

"타이타닉에 탑승한 승객들 중 생존자는 어느 집단에 가장 많았을까요. 타이타닉 탑승객 정보와 생존 여부를 알 수 있다면 특정 사람의 생존 여부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달 31일 인공지능(AI) 교육 선도학교인 서울 마포고등학교 2학년 정보교과 수업에선 교과서와 강의가 아닌 질문이 먼저 나왔다. 교사는 문제를 던지고, 학생들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하면서 답을 찾아갔다.

마포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지원하는 AI 교육선도학교로 2021년부터 선정됐다. 학생들은 1주일에 2시간씩 진로선택 과목으로 정보교과 수업을 듣고 기계학습에 대한 기초 원리를 배우고 있다. 학교는 2008년 로봇 공학반 동아리로 AI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챗GPT 등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교육을 진행 중이다.

수업은 AI 자체에 대한 교육이 아닌 올바르게 데이터를 이해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은 앞서 배운 선형회귀를 짧게 복습하고 '분류' 범위를 실습했다. 서성원 교사는 미리 구글 클래스에 올려놓은 데이터 파일을 다운받도록 한 뒤 타이타닉 영화와 기본 자료를 통해 배경지식을 설명했다.

화면에 띄워진 실습의 목표는 타이타닉호 생존자와 사망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사람의 데이터를 넣었을 때 생존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머신러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풀어볼법한 '타이타닉 생존자 예측' 문제를 학생들이 직접 실습을 통해 배웠다. 직전 수업에선 서울의 부동산 가격과 아빠와 아들의 키의 관계를 데이터로 예측해보면서 선형회귀 개념을 익혔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타이타닉호의 실제 승선자 2224명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엔 승객의 이름과 객실 등급, 나이, 성별, 탑승권 가격 등이 나와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존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골라내는 게 첫 단계다. 교사와 학생들은 몇개의 가설을 만들었는데 '돈이 많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학생들은 각자 컴퓨터에 설치된 삼성SDS의 무료 AI 데이터 분석 툴인 '브라이틱스 스튜디오'에 원 데이터를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자 학생들은 즉각 질문을 했다. 교사는 답 대신 "왜 그럴까?"라며 질문을 다시 던졌다. 이후 교실 앞쪽 교사용 컴퓨터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정하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특정 기호를 지워야 한다거나 누락된 정보는 AI 학습에서 배제시키거나 평균값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을 안내했다.
서성원 마포고 교사(오른쪽)가 학생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유효송 기자
서성원 마포고 교사(오른쪽)가 학생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유효송 기자
학생들은 수업 시간 내내 자유롭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한쪽에선 탑승권 가격이 0인 승객에 대해, 다른 쪽에선 출신 생존자 평균 나이를 보고 의문이 터져나왔다. 교사는 초대권이나 무단으로 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초호화 유람선의 승객 평균 나이가 30세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 것은 당시에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탔기 때문이란 배경 지식까지 함께 전달해주면서 데이터 이해도를 높였다.

데이터 추출과 시각화도 클릭 한 번이면 가능했다. 학생들이 AI 툴에 데이터를 넣고 X축을 성별로, Y축을 생존 여부로 놓자 막대그래프에 차이가 보였다. 여성의 생존율을 나타내는 분홍색 그래프가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를 본 교사가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살아남은데 비해 남성은 생존을 많이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별이 AI를 학습시키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은 "갓 잇(got it·이해했다)"이라고 외쳤다.

무엇보다 이날 눈길을 끈 건 AI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다. 마포고에선 고등학교 2학년 10개 학급 중 5반이 선택했다. 수업에 참여한 김성윤 학생(2학년)은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비교적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기초를 다질 수 있어 졸업 후에도 주식 투자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찬 학생은 "진로를 우주와 관련된 곳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기본 프로그램을 쓸줄 알면 관련 데이터 분석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목을 맡은 서 교사는 AI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질문하는 '방법'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알파고가 충격을 줬듯이 챗GPT의 등장으로 뉴 웨이브(새로운 물결)이 일었다"며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어떻게 프로그램을 써야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방법 등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의 방향이 암기에서 융합과 창의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사는 "AI 발전과 사용은 이미 막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홍수의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과제와 시험 등에 사용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 현장에서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암기 위주의 수능 교과목 공부를 이어간다면 수동적인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사는 "요즘엔 성적 때문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조금만 삐끗해도 자퇴를 하려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교육의 기준을 성적이 아닌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본연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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